수필-당신은 괜찮은 남자인가요

  •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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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
  • 2010.10.1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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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괜찮은 남자인가요?
    한번 만난적 았는 남자에게 이렇게 물은적 있다. 그러니 남자가 대답했다.
    어떤 남자를 괜찮은 남자라고 하는가요?
    사실 남자가 남자답거나 녀자가 녀자답거나 하는건 모두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여서 나오는 견해가 아닐가요? 왜 나보고 괜찮은 남자냐고 물어요? 당신은 그래 자신을 이미 늙었다고 생각한적이 있나요?
    당신의 곁으로 소리없이 숨어다니며 필요할때면 꼭 존재하는 공기처럼, 그러나 당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산소처럼 또 당신의 하나 하나 스러져가는 세포를 남김없이 살려낼수 있는, 언제나 만나도 다시 만나서 얘기하고싶은 남자, 당신의 마음을 열고 독소와 콜래스트롤을 낮추어줄수 있는 남자가 당신에게 유익한 남자이지, 아무리 영준하여도 당신과 심령이 부딪칠수 없는 남자는 영원히 옆집 남자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 남자는 괜찮은 남자이구나 그런 그낌이 들었다. 이런걸 알고있는 남자는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뻐서 사랑스러운게 아니고 사랑스러워 예뻐보이는것이다.
    녀자를 녀왕처럼 모시는 남자는 괜찮은 남자라고본다. 남자노라 녀자앞에서 잘 난척 하는 남자보다는, 먼저 내려 차문을 열어주는 남자, 앞서 가서 문을 열어주고 길을 비켜주는 남자, 그런 남자는 풍도가 있는 남자고 신사다운 남자고 겸허한 남자고 무거운 남자다.녀자를 안중에 두는 남자만이 녀자앞에서 신사다울수 있는것이다.
    녀자앞에서 나 목숨으로 당신을 사랑하노라 노래처럼 말하는 남자보다는, 소리없이 뒤에서 녀자를 지켜봐주는 남자, 녀자의 빈 자리를 소리없이 채워주는 남자, 그리고도 녀자앞에서 내가 널 도왔노라 말을 않는 남자는 참으로 괜찮은 남자다.녀자는 잠시는 몰라도 시간이 지난 먼 후날에는 남자의 사랑을 감지하는것이다.그 누구를 돕는 일은 입으로 하는일이 아니다.
    괜찮은 남자면 능히 녀자를 감회에 쓰러뜨릴수 있고 감격에 잠겨놓을수 있으며 희열에 들뜨게 할수 있다.마음으로, 사랑으로만 가능한 일이 녀자의 마음을 정복하는 일이다.이는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괜찮은 남자라면, 그리운 녀자에게 이런 시 한수를 써줄수도 있으리라.

    그대가 보고싶습니다
    그대의 모습에 나의 눈빛이 묻어있습니다
    아침이면 맑은 강안개에 감기고
    저녁이면 노을에 물들었던
    그날의 그대가 보고싶습니다
    한낮 이슬에도 울었던
    참다운 그대의 눈물에
    나의 가슴이 젖어듭니다
    울먹이는 그늘에 그대가 비치면
    연역한 새들이 슬퍼합니다

    그대가 보고싶습니다
    나의 눈빛에 그대의 손짓이 파고듭니다
    계절은 벌써 등을 돌렸지만
    항상 비속에 잠겼던
    여운의 그대가 보고싶습니다
    꾸겨진 별들의 세례속에
    조용히 눈감았던 그대의 얼굴이
    나의 영혼을 때립니다
    삼삼한 눈빛으로 그대가 보고프면
    어둠을 헤치던 새별이 흐느낍니다
    그대가 보고싶습니다
    보고싶은 그대입니다.

    당신 삶의 숨결에 응원의 키스를 보내는 남자는 괜찮은 남자다. 녀자인 당신의 하고픈 일을 마음껏 하게 하는 남자는 바다 같은 흉금을 가진 남자다.
    그리고 아홉통의 편지를 한번에 띄워서 당신을 황홀케 하는 남자는 괜찮은 남자다. 이는 당신도 괜찮은 녀자라는 말과도 통한다.
    내가 잘 아는 어머님 한분이 계셨다. 뇌익혈로 자리에서 일지 못하는 남편을 그렇게 잘 해주면서도 속에 있는 매듭을 풀고파 남편의 넙적 다리를 찰싹 찰싹 치면서,
    ___대답합소, 전에 그 녀자와 일이 있었슴둥 없었음둥, 내 욕 안할게, 어서 말합소.
    그렇게 쪼진다. 근데 남편은 머리를 젓는다. 죽어도 그런 일이 없소 하고 딱 나눕는다.
    ___완고하기라구야, 내 다 아는데, 빨리 말합소.
    그래도 남편은 머리만 젓는다. 그 대답을 듣고선 어쩌겠다는건지? 정말 남편이 승인하면 울화가 치밀지 않고 담담할가? 난 그 어머님의 남편이 참 명지하다고 본다.사실이야 어떻던, 어머님을 생각해선 승인안하는쪽이 나을 것 같다.어머님은 감각으로 남편이 그런 일이 있다고 믿는것이다.
    그래서 어머님은 친구와 이런 말을 했다. 야, 난 같은 공인에게 시집같더라면 좋았겠다.서로서로 어렵지도 않고 사랑도 받을수 있고, 그럼 남편 바람도 안필거고…
    그러니 친구가 하는 말이, 야, 나는 한일 수양없는 공인과 살아서 진절 머리가 난다,난 간부 남자와 살았더면 영 좋으것 같다. 척 나서도 남들이 다 우러러 보고….
    사실 공인이래서 다 수양없는것도 아니고 간부래서 다 수양있는것도 아니고 문제는 부부라면 깊은 정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나의 눈에 저 남자가 훌륭한 남자여야 하고 남자의 눈에 내가 훌륭한 녀자여야 하는것이다. 이상한것은 저 사람에게는 나쁜 남자가 나에게는 종은 남자고 남들이 다 훌륭하다는 남자가 나에게는 나쁜 남자로 되는 일이 있는그것이다.
그속에 비밀은 오직 하나 두 사람사이의 정이다. 정은 서로의 존경에서 흠모에서 오는 것이 아닐가? 한마디로 대방에게 나를 끄는 힘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표면은 잔잔해도 속 깊은 강물 같은 그런 남자, 늦가을 감자 같은 모습이라도 사색할줄 아는 남자, 자기보다 키 작은 녀자앞에서 경우에 따라 머리를 숙일줄도 아는 남자, 아픔은 홀로 삭이면서 기쁘면 속까지 다 빼주는 남자, 박진력 있는 유머를 가진 남자, 그러면서 당신에게 공기처럼 산소처럼 없어서는 안되는, 스러져가는 당신 세포를 하나 하나 일으킬수 있는, 당신과 심령의 부딪침이 있는 남자면 정말 괜찮은 남자다.
    세상에는 괜찮은 남자가 정말 많다. 마치 퍼도 퍼도 솟는 샘처럼, 마음을 맑게 해주는 괜찮은 녀자가 세상에 많은 것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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