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을 읽고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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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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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지음

(강명희 옮김) [하서출판사]

 

학창시절에 북경의 민족출판사에서 출간한 학생문고판 <레 미제라블>을 본적 있는데, 별로 큰 감흥을 받았던 기억이 없었다.  최근에 한국에선 <레  미제라블>이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지고  영국(?)에서 찍은 영화도 새로 나오고 해서…매체의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는 나는,  부쩍 <레 미제라블>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시 읽었는데, 재미있었고 느낀게 많다… 다음은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내용들.

 
제1부      팡틴

 

51페지- 사회와 국가는 그가(장 발장) 모은 돈을 공제함으로써 큰 도둑질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이 그에게서 조금씩 훔치는것이었다.

 

*59페지—주교는 그에게 다가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잊지 마시오. 결코 잊어서는 안 되오. 당신은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은식기를 쓰겠다고 내게 약속한 일을.”

아무것도 약속한 기억이 없는 장 발장은 그저 어리둥절했다. 주교는 힘을 주어 그 말을 했다. 그는 엄숙한 말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과는 인연이 먼 착한 사람이요. 당신의 영혼을 위해 내가 값을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절망에서 구출하여, 그것을 하느님께 바치려는 것이오.”

 

*71페지--- 어린 아이 특유의 순진한 그리고 때때로 준엄한 얼굴을 하고, 그것은 어른들의 타락해가는 덕 앞에서 진지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순결이었다. 마치 어린아이들은 자기들이 천사이고 우리가 어른이라는것을 알고 있는것같다. 그러고는 어린 아이는 방긋 웃었다.

 

*86페지--- 어떤 경찰관들은 오만함과 비굴한 표정이 뒤섞인 특별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자베르는 이 중에서 비굴한 표정을 뺀 나머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나이는 극히 단순하고 비교적 선량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과장한 나머지 도리어 나빠졌다고도 할 수있는 두개의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즉 권위에 대한 존경과 반역에 대한 증오였다.

 

*105페지 --- 구경꾼들은 재미있다는 듯 야유하면서 그 뒤를 따라갔다. 극도의 비극은 저열한 희롱거리가 된다.

 

*132페지--- 이 불행한 사나이는 8년만에 처음으로 나쁜 생각과 나쁜 행동의 쓴맛을 보았던것이다.

 

제2부 코제트

 

*172페지--- 인생의 모든 만남에는 그에 따른 본능이 있는 법이다. 코제트는 그 사나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182페지--- 새들이 무엇으로든지 둥지를 만들듯이, 아이들은 무엇이든 가지고 인형을 만든다.

 

*185페지—코제트는 그 멋진 인형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얼굴은 아직 눈물에 젖어있었지만, 눈은 새벽 하늘처럼 환희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그녀가 느낀 감정은 “아가씨, 아가씨는 프랑스의 여왕님이오”라고 누군가 말한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199페지—밀리에를 주교가 그의 지평선에 덕(德)이라는 여명을 던져 주었다면, 코제트는 사랑의 여명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206페지--- 장 발장은 불행한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적의를 품고 있는 것 같고, 의심스럽게 여겨지는 법이다.

 

*231페지---장 발장은 잠깐 정신을 잃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바깥 공기를 쐬자 깨어난 것이었다. 기쁨은 공포가 물러남을 의미한다. 프실르방도 제정신으로 돌아오기까지 장 발장만큼 시간이 걸렸다.

 

제3부 마리우스

 

*260페지—마리우스는 이런 것을 배워 알았다. 인간은 사랑을 필요하기 때문에 자존심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가장 절실한 청춘 시절에 그는 옷차림이 초라하여 조롱당하고, 가난하기때문에 조소당했다.

 

*280페지—마리우스에게 이 처녀는 말하자면 어둠의 사자였다. 암흑의 뼈아픈 일면을 그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마리우스는 이제까지 공상과 정열에 마음을 빼앗겨 이웃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음을 인정하고 뉘우쳤다.

 

*286페지—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사람”이라는 말 한마디에 포함된 찬란한 뜻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 헤맨 사람을 이제야 발견하게 되다니! 그는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느낌이었다.

 

제4부 목가와 서사시

 

*337페지--- 그는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이런 행복이 과연 자기의 것인가, 그것은 노인인 자신이 탈취하고 훔쳐온 이 아이의 행복, 즉 남의 행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일종의 절도행위가 아닌가, 이 아이는 인생을 버리기전에 그것을 알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서 겪을 이 아이의 모든 시련을 막아준다는 구실로 미리 상의도 하지 않고 모든 즐거움을 빼앗아 버리고는, 이 아이의 무지와 고독을 이용하여 인위적인 천직을 갖게 한다는 것은 인간을 변질시키고 신에게 거역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훗날 코제트가 본의 아니게 수녀가 되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증오하게 되지나 않을까? 이 마지막 생각은 거의 이기적이고 다른 생각들보다 훨씬 사내답지 못한 것이었으나,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수도원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351페지---가브로쉬는 목에 두르고 있던 따뜻한 털숄을 벗어서 여자거지의 가냘픈 어깨에 던져 주었다. 거지는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는 말없이 숄을 받아들였다. 사람이란 어느 정도의 곤궁에 이르면 멍청해져 버려, 나쁜 일에도 무감각해지고 좋은 일에 대해서도 감사할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377페지--- 나폴레옹은 “군대”라는 말을 남기고 운명했으나, 라마르크 장군은 “조국”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죽어갔다. 그의 죽음은 예기된 것이었으나 민중은 그것을 손실이라고 해서 두려워하고, 정부는 그것이 어떤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여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죽음은 슬픔이었다. 모든 비통한 것과 마찬가지로 슬픔은 반항으로 변할 수 있다. 사실 그러한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398페지 --- 사람이란 하찮은 것으로 걱정을 하는가 하면 안심을 하기도 한다. 인간의 본성이란 그런 것이다. …… 그는 편히 잘 잤다. 밤은 지혜를 준다고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진정제를 준다고 덧붙여도 좋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는 무척 쾌활해져 있었다.

 

*400페지--- 영혼이란 온갖 환상을 다 맛본 후가 아니면 절망에 굴복하지 않는 법이다.

 

제5부 장 발장

 

*443페지--- 악인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그 부채를 받아들여 다른 은혜로 보답한다….지금이야말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장 발장을 체포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렇다고 그를 자유로운 몸으로 놓아두는 것도 역시 나쁜 일이다. 첫째 경우는 당국의 관리가 교도소의 인간보다 낮게 떨어지는 일이 된다. 둘째, 경우는 교도소에 갈 인간이 법률보다 윗자리를 차지하고 법률을 짓밟는 일이 된다. 어떤 경우라도 자베르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장 발장, 그 존재야말로 그의 정신적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유형수가 자기의 은인이라니!

 

*455페지---옛날 나는 살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소. 그런데 오늘은 살기 위해 이름을 훔치고 싶지 않은 것이오…

 

*457페지- 마리우스는 장 발장을 배웅했다. 행복이 절망을 문에까지 바래다주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다.

 

*477페지---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오.”

“아닙니다. 진실이란 모든 것이 아니면 안됩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전부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마들렌씨였습니다. 왜 그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저는 당신 덕분에 생명을 건졌습니다. 그런데 왜 그 사실을 알려주시지 않았습니까?”

 

*480페지--- “죽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살 수 없는 것이 무서운 일이지.”

갑자기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기력의 회복은 임종의 고통을 나타내는 증세인것이다. 그는 꿋꿋한 걸음으로 벽까지 걸어가, 도와주려는 마리우스와 의사를 밀치고 거기 걸려 있던 조그마한 구리 십자가상을 떼었다. 그러고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한 듯 자유스러운 동작으로 되돌아와 십자가상을 탁자 위에 놓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분이야말로 위대한 순교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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