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어머니(시:전경업)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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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만강여울소리
  • 2005.10.0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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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와 우리형제 자매들
 


아버지와 어머니

머리가 새하얀
어머니는
아랫목에 앉으셔
뜨개를 뜨시며
팔베개를 하고
윗목 문지방에 기대어
누우신
아버지와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계십니다

아홉 살 난 아버지를
데릴사위로 보냈던
증조할아버지가
찾아오셔서 호통을 치시고
어머니를 주어다 키우신
외할머니는
회초리를 들고
나를 쫓아다닙니다

두런두런 옛말이
구수하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술타령에
쌀바가지를 들고
상점으로 가시고
외할아버지가
나의 식지를 잡고
글을 짚으며
천자문을 가르칩니다
-하늘 텬(天, 천) 따디(地. 지)
가물 현, 누르 황

큰 형님은
죽 그릇의 하얀 쌀알을
한 알 두 알 골라서
막내 동생의 입에다
넣어줍니다.

누르께한 전등아래
팔베개를 하고
비스듬히 누우신
아버지와
손자 내복을 뜨시는
어머니는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십니다

두런두런 두런두런
두런 두두런

새파란 하늘의
총총한 별들이
형님과 누나와
나와 동생들을
깜빡깜빡 비추어 줍니다
샛노란 광환을
그리며
비추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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