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전상서 (김영춘)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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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0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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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전상서

      *김영춘

어머니, 저는 고향에 못갑니다
속리산의 은행잎 줏던 추억이
밤마다 가슴에 별빛으로 반짝여도
저는 고향에 못갑니다
설악산에서 바라보던 동해의 일출
새벽새를 바라보면 더욱 그리워나도
돌아갈 차비가 너무 비싸 못갑니다

압록강변에 사시는 아버님도 이젠
흰머리에 귀까지 어두워지셨습디다
시집에서 우리에게 아파트를 사주던 날
두만강 건너 우리 집에 놀러 오셨는데
어머님께 주신 상처때문에
내내 미안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여서
제 마음도 함께 아팠습니다

어머니, 저는 지금 고향에 못갑니다
여덟이나 되는 오라버님들이
빈손으로 고향 간 내 자식들을 보며
--- 연변애들이래…
하고 비아냥거렸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온밤 추석달을 쳐다보며 울었습니다

제가 슬픈 시집살이 하게 된게
다 누구탓입니까?
아버지, 어머니가 헤여지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게 이렇게 큰 불행이 있었을가요?

그래요, 미국이나 일본에 간 딸들은
왜 친정집에 손 내밀지 않는데
너만 그냥 그 모양 그 꼴인가고
눈굽을 찍으시는 어머님  앞에
저도 부끄럽고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고향에 못갑니다
내 땀으로 내 눈물로
시집에서, 이 땅에서
떳떳이 잘 살게 되는 날
저절로 차비를 마련할수 있고
저절로 어머님과 형제자매들에게
좋은 선물 듬뿍 준비할수 있는 날
그때 다시 고향에 갈겁니다
당신의 자랑스런 딸이 되는 날
그날, 바로 그날에 고향에 갈겁니다

어머니, 그동안 옥체건강하셔야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다 모시고
이 딸이 큰 절 올릴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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