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 / 도종환 (1954~ )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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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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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경


        * 도종환(1954~)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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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 프로필 :
   
시집 <접시꽃 당신>, 1954년 청주 운천동 산직말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과정을수료했다.

교직에 몸담고 있던 시절,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교직생활과 시 창작을 병행하던 시인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이후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맡으며
교육운동을 해왔으며, 현재는 충북민예총 문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편
주성 전문대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역 문화운동에 힘쓰고 있다.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가 있다.

제8회 신동옆 창작기금과 제7회 민족예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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