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은 쉬 상하는 음식/ 에밀리 디킨슨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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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2.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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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은 쉬 상하는 음식

                  * 에밀리 디킨슨

명성은 쉬 상하는 음식
손님이 자리잡고
두 번 다시 차리지 않는 식탁에서
돌림 접시 위에 놓인 음식

그 부스러기를 까마귀가 살펴보고
까옥까옥 비웃으며
슬쩍 지나쳐서
농부의 곳간으로 날아가는데
사람은 그것을 먹고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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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고통이 지나면

    *에밀리 디킨슨

엄청난 고통이 지나면 덤덤한 느낌이 찾아온다
신경들이 무덤처럼 엄숙하게 자리잡고
굳어진 심장이 묻는다. 고통을 견딘 자가 그분인가?
그리고 어제 혹은 수세기 전인가 하고.

발이 기계적으로 빙빙 돈다.
땅 혹은 허공 혹은 무의
제멋대로 뻗은
멋없는 길
돌 같은 석영의 만족감-

지금은 납 같은 시간
살아 남으면 기억된다
동사자(冻死者)가 눈을 회상하듯
처음에 오한 그 후는 마비 그리고 해방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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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후에는

      *에밀리 디킨슨

백년 후에는
아무도 그 곳을 모른다.
그 곳에 일렁이던 고뇌는
평화처럼 잠잠할 뿐

잡초가 무성히 우거지고
나그네들이 거닐다가
죽은 선조의
외로운 비문을 판독했다.

여름 들녘의 바람이
그 길을 회상한다.
본능은 추억이 흘린
열쇠를 주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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