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 정호승

  • 연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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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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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 정호승

    산사에 오르다가
    흘러가는 물에 손을 씻는다
    물을 가득 움켜쥐고  계곡 아래로
    더러운 내 손이 떠내려간다

    동자승이 씻다 흘린 상추잎처럼
    푸른 피를 흘리며 떠내려간다

    나는 내 손을 건지려고 급히 뛰어가다가
    그만 소나무 뿌리에 걸려 나동그라진다
    떠내려 가면서도 기어이 물을 가득 움켜진
    저놈의 손
    저 손을 잡아라

    어느 낙엽이 떨어지면서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어느 바위가 굴러가면서 땅을 움켜쥐고
    어는 밤하늘이 별들을 움켜지고
    찬란하더냐



      * 모든 업을 행해 왔던 손을 씻으며, 그 업이 떠내려 가는것을 본다
        흘러가는 물은 세월일 터,시인은 자신이 행했던 일에 대한 기억을 두고
        "물을 가득 움켜쥐고 떠내려가는 손"이라고 말한다.낙엽도 바위도 밤하늘
        가지지 못한 손 그리하여 후회조차도 찬란한 업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손씻을 때마다 손씻는 물이 향하는 곳을 생각해야 할까보다 손을
        씻고 난 후 그 손이 새로 쌓을 업들을 생각해야 할까 보다<신용복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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