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아름답다 - 심재휘

  • 김영춘
  • 조회 14298
  • 추천시
  • 2010.09.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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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름답다  / 심재휘



나태한 천장을 향해 중얼거려보지만
보고 싶다는 말은 이제 관습적입니다

햇빛을 향해 몸을 뒤척이는 창가의 꽃들
그들의 맹목은 또 얼마나 무섭습니까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때늦은 후회밖에 없다 할지라도
후회는 늘 절실하므로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그리움보다는
나의 후회속에서 그대는 늘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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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던 새는  / 심재휘

가끔씩 내 귓속으로 돌아와
둥지를 트는 새 한마리가 있다
귀를 빌려준 적이 없는데
제 것인 양 깃들어 울고 간다
열흘쯤을 살다가 떠난 자리에는
울음의 재들이 수북하기도 해
사나운 후회를 가져가라고 나는
먼 숲에 귀를 대고
한나절 재를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열흘 후는
울음 떠난 둥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아
넓고 넓은 귓속에서 몇 나절을
해변에 밀려나온 나뭇가지처럼
마르거나 젖으며 살기도 한다
새소리는
새가 떠나고 나서야 더 잘 들리고
새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나도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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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심재휘 소개 --

1963년 강릉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고려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시인이 되었고, 2002년 첫 시집이자 제8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시집인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을 펴냈다. 현재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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