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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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시
  • 2010.09.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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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던 사람들은 으레 그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 소작인의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일까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뜻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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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자의 슬픔 -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194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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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
(독일어: Bertolt Brecht, 1898년 2월 10일 - 1956년 8월 14일)는
20세기 독일의 극작가, 시인, 그리고 무대 감독이다.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 태어나 의학을 공부 했으며,
제1차 세계 대전동안은 뮌헨에 있는 병원에서 잠시 일했다.
극우정당인 나치의 집권으로 미국에 망명했으나,
1950년대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뜻하는 매카시즘에 쫓겨
독일민주공화국(동독)으로 이주해야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1492년》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기존 가치관에 대한 비판의식, 인간에 대한 사랑,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평화주의가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사회주의적인 작품을 연출했으며,
소격효과라는 개념을 연극연출에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표현주의를 거친 신즉물주의적(新卽物主義的) 스타일로,
현실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과 풍자를 극화한 니힐리스트.
후에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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