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위 나무새는 모릅니다 / 석화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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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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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위 나무새는 모릅니다

- 바다기별

 

                      *석화

 

솟대 위 나무새는

모릅니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장대 끝

저 외로운 높이에 누가 자기를 올려놓았는지

 

솟대 위 나무새는

제가 왜

두터운 나무 덫에 날개를 갇혔는지, 또

제 몸 스쳐간 비바람이 얼마나 차가왔던지

그것도 모릅니다.

 

솟대 위 나무새는

숲에 사는 친구 새들 이름을 가만히 외워보지만

물오리, 제비, 까치, 까투리, 기러기…….

이들 중 어느 것이 자기 원래 이름이었던지 모릅니다.

 

솟대 위 나무새는

하늘 끝 바다 냄새 실어 온 남풍이 코끝을 간지렵혀

파란 나뭇잎 한 잎 끝내 피워올려보고 싶은 꿈

그 엄청난 꿈이 제 몸에 깃들어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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