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 이

  • 최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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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1.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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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이



                                              - 여강 최재효


                             
오늘도 산에 오릅니다
나뭇잎들은 매정한 삭풍의 먹이가 되어
소리 없이 사라져 가고
이미 벌거숭이가 된 나무들은
바람에 몸을 내 맡긴 채
하늘을 바라보고 합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눈 내리고
나무들 몸에 아름다운 테가 한개 그려질 때
미처 돌보지 못해 죽은 가지들은
나무에 흠을 내는 암 덩어리로 변하고
어쩔 수 없는 업(業)인 양
나무들은 속으로 울음을 삼키겠지요

나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를 게 없는 듯 합니다

봄에 어머니의 웃음으로 태어난 나는
이 가을, 백발의 노모(老母)에게
혹 옹이로 변해있는 것은 아닌지
지난주 아버님 제사를 모시고 돌아올 때
어머니는 손을 흔들어 배웅을 하셨지만
당신께서는 무엇인가 삼키는 듯 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와 바람은 숙연인가 봅니다





2005. 11. 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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