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학연대의 가능성을 찾아/ 아시아 문학 심포지엄

  • 박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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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2.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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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학연대의 가능성을 찾아
- 제1회 아시아 문학 심포지엄 -

아시아의 문학예술인들이 모인다. 베트남, 몽골, 필리핀, 터키, 우즈베키스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아시아 7개국의 시인, 작가들이 모여 아시아 문학의 연대와 소통을 통한 미래의 전망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광주에서 열린다.

제1회 아시아 문학 심포지엄이 그것인데, 이는 광주광역시 구전남도청사 자리에 새로 마련한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착공을 축하하기 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대통령소속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와 문화관광부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은 7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금남로와 옛 전남도청 부지 일대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착공식을 갖은 다음, 이를 전후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주요 행사로는, ▦아시아 문화포럼(6일ㆍ전남대용봉홀) ▦아시아 인권 광주포럼(7~8일ㆍ5ㆍ18기념문화관) ▦아시아문학포럼(6~10일ㆍ조선대 서석홀) ▦아시아미술포럼(6일ㆍ 전남대 용봉문화회관) ▦문화예술단체활동가포럼(8~9일ㆍ광주YWCA) 등이 있다.
또한, 문화전당이 들어설 옛 전남도청 본관에서는 27일까지, ▦마을생활사 영상 아카이브전-열 다섯 마을 만들기 ▦아시아 영상ㆍ사진전 ▦시민문화공동체 형성 프로그램 “쑤-욱” ▦시민 서포터즈 조각보 잇기 등 특별전시회가 열린다.

“광주, 아시아문학과 손을 잡다”라는 주제로 아시아 작가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교류 및 담론의 마당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번 아시아 문학 심포지엄은, 구체적으로는 아시아 각국의 문학적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의 전망을 공유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비롯하여, 문학의 매체 확장 효과를 높이고 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노래 공연, 민주화운동의 요람인 광주의 항쟁 현장 답사, 남도의 수려한 자연을 알리는 문화유적 답사, 한국 전통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전통연희 체험 행사 등을 펼친다. 

12월 8일(목) 오후 2시 광주 조선대 서석홀에서는 본행사인 아시아 문학 심포지엄이 '21세기 아시아 문학의 현황과 한국문학의 대응'을 주제로 열린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은 고재종, 나희덕 시인의 사회로 '아시아 작가의 목소리', '아시아적 경험과 가치 그리고 문학의 역할' 등 2개 주제별 토론을 벌인다.

또한, 오후 7시부터는 아시아 작가들의 시낭송 및 시노래공연이 펼쳐진다. N. 푸렙(몽골, 시인), B. 갈상수흐(몽골, 시인)/ 야신 에롤 손메즈(터키, 시인)/ 수유노프 아짐바이(우즈베키스탄, 시인)/ 이반(베트남, 소설가) 등의 외국 작가들과 한국의 김준태/ 조용미/ 박관서/ 이정록/ 안도현/ 김해화/ 김용락/ 김규성/ 이상국/ 노양식 시인 등의 시낭송이 펼쳐진다. 이와 뒤섞여 신명/ 내벗소리/ 범능 스님/ 박명희/ 아름나라 합창단 등의 신명나는 공연 무대가 함께 진행된다.

사단법인 아시아 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민족문학작가회의 광주전남지회, 민족문학작가회의 국제교류위원회, 조선대 등이 주관하는 이번 아시아문학심포지엄은 사실, 작년에 역시 광주 5.18기념관 등에서 개최되었던 아시아청년작가워크숍의 연장 행사로 읽힌다. 2004년 7월 1일 광주 5·18 국립묘지 김남주 시인의 무덤 앞에서 베트남, 몽골, 이라크, 팔레스타인에서 온 23명의 작가들이 우리 작가들과 더불어 ‘사랑과 정의, 평화의 연대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아시아 작가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아시아의 역사는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여전히 대부분의 나라에서 제국주의 침탈, 전쟁, 종교·지역·계층간 분쟁, 독재정치의 횡포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 아시아 작가들은 서로의 슬픔과 울분을 깊이 이해하고 공명한다. 아시아 민중들은 학살당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지배받고 길들여지며, 열등 종족으로 영원히 서구를 추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땅에서 버림받고 자원과 노동을 착취당하는 노예의 삶을 우리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우리 아시아 작가들은 오직 하나의 염원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미래는 달라야만 한다. 인류의 모든 탐욕과 갈등의 대가를 대신 치르는, 아시아의 그릇된 운명을 우리는 이제 거부한다.” 는 아시아 작가 평화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함과 아울러,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을 규탄하며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 사항도 함께 발표했었다.

이처럼, 20세기 내내 제국주의의 침탈과 파행적 근대화로 인해 고통 받아온 아시아가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갖가지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이에 따라 아시아의 문학인들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평화로운 21세기에 대한 꿈을 방해하는 모든 사슬을 끊고 문학예술을 통해 '평화의 연대'를 구축하자는데 초점을 맞췄던, 작년 아시아청년작가워크숍에서는 많은 글과 작품들이 생산되어 이를 뒷받침하였다.

이라크에서 온 소설가 하미드 알 무크타르(45)씨의 고 김선일씨에게 바치는 시와 1948년부터 이스라엘의 치하에서 감옥과 영예의 사이를 오간다는 팔레스타인의 작가 자카리아 씨가 워크숍에서 밝힌, 자신이 처한 문학에 대한 글은 작금의 아시아작가들이 대면하고 있는 고통스런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들이 당신 선일씨를 죽였을 때
당신의 피는 우리 이라크 국민들의 머리를 따라 흘렀으며
그래서 우리의 외침과 뒤섞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자식을 잃어 흐느끼는 우리의 어머니와 같습니다
오늘, 우리의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마치 당신이 자기 아들인 양 말입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마치 당신이 그들의 아버지인 양 말입니다
나 또한 당신 때문에 울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나의 형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고 김선일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 하미드 알 무크타르(이라크 작가)

문: 당신 나라에서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답: 우리나라에서 작가란 조국의 운명과 점령을 제거하고자 하는 열망이라는 임무를 두 어깨에 진 존재다. 작가는 사람들의 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한편으로 보면 꽤 큰 영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단한 감옥이기도 하다. 영예와 감옥 사이에서 작가는 싸우고 있다. 예를 들어 거리에서 자유를 위한 시위가 벌어졌을 때, 그리고 작가가 자기 집 창문을 통해 그것을 보았을 때,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일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잊어버린 채 글만 쓴다면 자유를 잃어버릴 것이다. 거리로 나가 투쟁에 동참한다면 글을 잃어버릴 것이다. 이것이 내가 우리나라에서 매일같이 겪는 현실이다. 결정은, 당신이 내려야 한다.
/ 자카리아(팔레스타인 시인)

참고로, 이번에 한국측 시낭송에 참가하는 필자의 시는 다음과 같다. 이는 지난, 10월 말경에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 길림성 길림시 조선족 군중예술단과 목포작가회의의 교류행사의 일환으로, 신안군 압해도의 신안보육원에서 개최되었던 청소년문학축제 때 여기에 동행했던 중국교포 전경업 시인(길림시 조선족 군중예술관 부관장)과 함께 써서 돌려봤던 시이다.

  가을, 압해도에서
    -중국 길림성 전경업 형과 함께
                                      박관서(시인)

먼 송전탑과 나 사이엔
연푸른 바다가 있고
밀물에 천천히 제 모습을 감추는
갯벌이 있고
흘러가는 구름에 이리저리 쫓기는 목 긴 갈대가 있다
부서져 내리는 금빛 햇살에 젖어
이마 빛나는 異國의 친구가 있다
서로가 낯 선 모국의 언어 뚬벅뚬벅
서로의 가슴에 소발굽으로 남기며
나누어야할 동족의 피 아금아금
새김질 하는 친구가 있다
백년 전에 우리가 하나였듯이
백년 후에도 우리가 하나일 것인가
조선족으로 반도민으로 나뉘어
흔들리는 안부를 어쩌지 못해
우리들은 잠시 후에
다시 헤어질 것이다 찰랑찰랑
금세 차오른 천길 동지나해 바닷물에 목까지 내맡겼던
슬픈 조국의 내력과 나 사이엔
찌릿 찌릿 저린 무릎을 타고 오르는
아찔한 가을날의 짧은 만남이 있고
언젠가, 어떻게든 다시 만나
보듬고 뒹굴어야 할
속 깊은 울음이 있다 웃음이 있다 뜨거운
혈맥이 있다 우리가 있다


* 칼럼원문: 인터넷신문 우리힘닷컴(http://www.woorih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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