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수

  • 허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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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
  • 2006.02.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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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너와 나는
그물을 뜨고있다
검은 장막 깊이에
그물을 치고있다

무엇도 누구도 걸려들지 않음은
운명이라는 낱말 하나로
좋게 변명하고는 있지만

날이 갈수록
개잡은 포수처럼
크게 으시대던 너와 내가

오늘은
우리의 그물속에 갇히여
어색하게 마주보고있음은
무엇으로 해석해야할가

우리가 제일 깔보던
우리의 아들놈마저
우리의 그물을 쉽게도 빠져나가
우리의 한심한 꼬락서니를
손벽치며 구경하고있음은
또 무엇일가



          유전과 변이

일요일 아침
어릴때
일밭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배운
24만들기 트럼프놀이를
아들놈에게 배워주다가
베란다로 나서면

바람이 서슬푸른 수술칼인양
우리가 어머니라 부르는
대지의 피부를 썩썩 가르고있었다

밤 나는
밤보다도 캄캄한 땅밑으로
자맥질한다

일년전 바람이 남긴
십년전 바람이 남긴
백년전 바람이 남긴
수술 흔적들이
차곡차곡 남아있다

월요일 아침
아들놈은 학교로 가고
나는 출근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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