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시)

  • 허동식
  • 조회 16440
  • 기타
  • 2006.09.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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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

보살님은
원숭이가 사람처럼 사는 산이
인간이 사는 동네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이른적이 있는가

안개속을 우뚝 솟은 전설을 오르면
비에 젖은 새울음 우거진 곳엔
낡은 불상 곁에
새로 만든 불상이 참으로 많다

건들바람을 맞으며
산을 내리던 중
나도
낡은 마음을 버리고
새 마음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황토고원의 가을
1
고원을
하나의 절이라 하고

골짜기에 쌓인 정적과
언덕이 솟는 습성에서

이 가을
황토의 경전을 읽는다
2
소나기가 간 뒤
검은 흙탕물과 누런 소리들이
개천으로 강으로 먼 바다로 흘러버린 뒤

배불뚝이 메뚜기가
마른 풀잎을 기여넘다가
벌렁 뒤로 누우면서
림종의 고요를 만드는
텅 빈 가을을 마주하면

저도 모르게
꽥 나오는
외마디 고함에
여윈 산새도 답이 없다
3
박물관에서
공룡의 화석을 쳐다보며
마음이라 부르는 아픈 것이
지독하게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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