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민족시인 심연수의 「빨래」를 읽고

  • 김형효
  • 조회 3714
  • 2005.09.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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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과 개개인의 삶은 필연적으로 묶여있다 
 
 
 
오천년 역사의 긴 터널을 헤쳐 나온 흰옷 입은 사람들, 백의민족인 우리에게는 그 역사의 긴 터널 속에 숱한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간에 역사 속에서 미쳐 다 드러내지 못한 부분도 많고 애타게 발굴하고 그 정신을 회복 발전시켜야 할 것 또한 많은 것이다. 그것은 한민족으로서 당연한 자기 정체성 회복에 대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항상 분명한 선의(善意) 의식을 간직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 45년 8월 15일 미완의 해방을 예견한 청년 지식인의 한 사람이었던 시인 심연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미 몇 차례 국내의 신문지상에 항일민족시인 심연수의 시에 대한 비평과 그의 족적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리하여 소개한 적이 있다. 또한 지역방송국에 인터뷰를 통해 그의 가족이 지금 중국 길림성 연변자치주 용정시에 거주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육사의 시적 기풍 버금가는 결연함

그의 시는 남성적 기개가 돋보이는 이육사 시인이나 이상화 시인의 시적 기풍에 버금가는 결연함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심연수 시인의 동생 심호수 선생이 45년 8월 8일 일본 경찰에 의해 피살된 형에게서 습득한 가방을 항아리 속에 묻어 두었다가 지난해 4월 연변인민출판사와 함께 일반에 공개하고 한국에서는 필자에 의해 한국방송대학 신문을 통해 소개된 심연수 시인의 존재는 우리 민족과 겨레의 미래를 내다보는 투시경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럼 그의 시 「빨래」를 보고 이야기를 계속하자.

「빨래」

빨래를 생명으로 아는
조선의 엄마 누나야
아들 오빠 땀 젖은 옷
깨끗이 빨아주소
그들의 마음 가운데
불의의 때가 있거든
사정 없는 빨래 방망이로
뚜드려주소.

교훈적 메시지

시인은 명징한 언어로서 투명한 사유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교훈적 메시지까지 주고 있다. 이 짧은 시편을 접한 우리는 시인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아도 좋다.

필자는 "사정없는 빨래 방망이로/뚜드려 주소."라는 구절만을 주목하며 이 시의 의미를 새겨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선의 엄마 누나야 내 땀에 젖은 옷을 깨끗이 빨아주되, 거기 불의의 때가 있다면 사정없이 뚜드려 주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을 생각케

이 자기정화와 자기정체의 미래적 전망에 대한 깊이를 우리는 곱씹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압축된 정신적 세계는 현재 우리가 처한 민족적 현실과 개개인의 존립근거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대목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민족이란 틀(카테고리)안에서 어떤 현실, 어떤 처지에 놓여져 있는지 개개인이 자기 몫의 고민을 해야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는 대개의 개인들이 그러한 몫을 타인에게 돌리려 한다. 그토록 기대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기대하거나, 틈나면 발생하는 민족적 감정의 상황에 따라서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행해야할 몫의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민족의 전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삶에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

항상적으로 민족과 개개인의 삶은 필연으로 묶여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두만강을 건너 시베리아나 만주벌의 황무지를 일구었던 우리의 조상들, 그의 후손이 쓴 시편에서 나는 이런 메시지를 받아든 적이 있다.

조선족 시인들의 시편

대개의 조선족 시인들의 시편에서 그런 점들을 찾아볼 수 있는 데, 그중 지금 한국에 와 있는 중국 화룡현 출신의 조선족 석화 시인이 쓴 시도 그 중의 한편이다. 그 분의 시편의 줄거리를 잠깐 소개하면 두만강을 건너와 고난의 세월을 살다 돌아가신 조상도 있고 자신들 또한 지금 이렇게 살면서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땅, 두만강 건너의 조선을 바라보고 깊은 회한의 망향가를 시로 쓰고 있지만, 저 강 건너에서 누군가, 아니 어떤 시인이 자신과 같은 시를 쓰고 있을 것이다. 하는 독백조의 시이다. 그렇다. 우리가 모두 그런 시인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순간마다 우리가 갈 민족의 길, 통일의 길, 그 길은 짧아질 것이다. 오늘 우리가 시 「빨래」를 읽어가며 개개인의 정체성을 올바로 하고 사는 길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해 간다면 분명 우리의 길, 민족 통일의 길은 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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