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 리성휘 시인의 '새해'

  • 김형효
  • 조회 2972
  • 2005.09.05 21:36
  • 문서주소 - http://sisarang.com/bbs/board.php?bo_table=mytravel2&wr_id=9
-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제 어지간한 우리 민족은 다들 아는 민족의 노래이다. 아마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 이어 가장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통일의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가 <반갑습니다>라는 노래 제목을 옮겨 글을 시작하는 의미를 독자여러분들도 어느 정도 눈치 채셨을 것이다. 통일을 위한 문화적 패러다임의 정립을 위해 노력하며 그런 방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기로 한 연유가 노랫말의 반가움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심성을 잘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통일, 반갑습니다>로 전이될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필자는 그 동안 오마이뉴스를 통해 연재했던 일본 내 교포, 중국의 동북3성에 있는 교포들의 작품과 그들의 생활상, 그리고 그들과의 교류 속에서 얻어진 민족문화의 발전과 향상에 도움이 될법한 각종 유익한 정보들을 함께 제공하려 한다. 아울러 해외의 다른 지역에도 가능한 정보가 열린다면 민족의 문화를 공동으로 향유하여 문화적 결합을 하루 속히 이루어냄으로서 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바쁜 손놀림과 발길을 옮겨가며 <통일문화 전령>이 되는 길을 가려 한다.

세기가 바뀌는 2000년 6월과 2001년 7월 두 차례 중국의 동북3성을 귀퉁이쯤이라도 외돌아보고 왔다. 두 번의 여행을 통해 드넓은 중국대륙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까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민족혼의 숨결을 어느 정도라도 더듬어 보려는 노력은 누구라도 감행해야할 의지적 인간으로서 당연시할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조상들의 숨결과 민족혼의 울림이 전설 속에 묻혀있을 것만 같았던 광야, 만주벌에는 여전히 잔잔하고 뜨거운 민족의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살아 뛰는 맥박을 느낄 수 있었다. 드문드문 일본 내 교포사회의 소식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요즈음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민족 시인들의 안부도 묻고 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교류와 만남들을 생각하면서 그 영역을 국내의 여타 문화일꾼들은 물론이고 해외에 있는 문화일꾼들까지 포괄적으로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 시기에 통일문화일꾼들은 여타의 활동 공간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내면적 서정은 어떠한 것인지 고르게 인식하고 당대의 삶을 사는 우리가 학습할 것은 무엇이고 새롭게 개척해 나갈 통일문화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도 연구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러한 일들이 확대되고 심화되는 것이 통일의 길에 작은 밑거름이 되리란 확신을 가지면서 독자들과 함께 더욱 더 신명 있는 세계로 나아갔으면 한다.

오늘은 중국 조선족 시사에 큰 인물인 설인 리성휘 시인의 새해란 작품을 소개한다. 작품이 뛰어나서 보다는 새해를 맞는 것에는 어느 시기 어느 때라도 그 감회가 한결 같음을 새기면서 1940년의 어려운 시절에 선조들이 기대한 새해는 어땠을 것인지 어림잡아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설인 시인은 조선족 시인들 중에서도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1921년 연길생으로 1943년 일본 와세다대학 통신학부 문과를 수학했고, 그후 내내 <해란강의 두견새>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조선어속담사전, 문학개론 등 중국내 조선족문학의 큰 봉우리 역할을 했다.


새해

설인 리성휘


보고 듣기조차
가슴이 벅차
막 뛰노는 송구영신
기쁘다!

이 새해는 즐거움이
하늘과 땅에 꽉 차넘치는
새로운 새해로 되여지려나

정원 초하루 해는 솟는다
거칠고 쓰라린 이 땅우에
번쩍, 따스한 해살을 보낸다
나의 얼굴과 온몸에도
저기 지붕에도
아니, 고목 뼈나무에도
하늘과 땅우의 만물을
하나 버림없이 골고루 비춰준다

아, 태양의 고르로운
활짝 핀 따스한 웃음.

1940년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