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날마다 낯선 곳을 향하여

  • 김형효
  • 조회 7999
  • 2011.01.0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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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떠난 12일간의 유럽여행 8] 부다페스트에서 체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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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안내소의 안내책자들 각국의 안내책자들이 있다. 아쉽게도 한국어로 번역된 책자를 찾지는 못했다. 일본어, 중국어 등 20여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안내책자들이었다. 하는 수없이 영어로 된 안내책자를 집어들었다.
ⓒ 김형효
icon_tag.gif관광안내소의 안내책자들

거리를 걸으며 오래된 옛날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했다. 그것도 낯선 나라의 오래된 역사를 만난다는 것은 나를 자각하고 둘러보게 하는 마력이 생기는 일 같았다. 무지하고 낯선 헝가리 부다페스트 거리를 걸으며 놀라운 문화 예술의 역사에 경배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살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을까? 삶이 끝없는 배움의 길이고 매 순간 순간의 호흡도 배움의 길을 여는 채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물녘 거리에서 사색이 깊었다.

 

여행지에서 겪는 것들은 두고두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여행을 떠날 때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갔다. 그리고 조금은 말썽인 사진기를 들고 갔다. 여행용 가방 한쪽 바퀴가 고장 나서 며칠 동안 고생스러웠다. 며칠 남은 여행을 생각하면 말썽꾸러기인 사진기도 어떻게든 고치든지 새로 장만을 해야 했다. 육로로만 여행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버스와 기차를 이용해서 밤을 지새우며 다니는 여행길이다. 20대 청년기에 경험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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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관광안내소 관광안내소의 바쁜 일상을 볼 수 있었다. 각국의 여행객들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시내한복판에 여러명의 관광안내원들이 통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부다페스트를 알리는 작은 소품판매점도 있었다.
ⓒ 김형효
icon_tag.gif바쁜 관광안내소

헝가리에서 3박 4일을 머물며 중간에 좀 쉬기로 했다. 다음 여행지를 위한 정비를 하면서 아름다운 도나우 강가를 좀 더 많이 걷고 싶었다. 2일째 되던 날 아침 일찍 유스호스텔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가방 수선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은 열쇠 집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가방을 파는 집마다 들러서 가방 수선집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쉽게 찾아지지 않아 포기하려고 할 때 다른 열쇠 집이 보였다. 혹시 그곳에 있는 공구를 이용해서 수선이 가능한 지를 묻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대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 여행객의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이해한 것인지 누군가가 명함 하나를 내밀며 멀지않은 곳에 가방 가게를 찾아가보라고 했다. 그곳에서는 수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찾으러 오라고 했다. 그러나 이틀 후 그곳에서는 수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 중고 여행용 가방과 내 가방을 바꾸는 조건으로 수선비용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중고 가방을 구입했다. 다음은 사진기를 고쳐야 한다. 다시 오래된 역사의 향기가 넘치는 부다페스트 거리를 걸으며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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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페스트의 한 대학교 부다페스트의 오래된 대학교, 한 학생과의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길가에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있어서 무엇하는 곳인가 물었더니 오래된 대학교라 했다. 그도 경제학과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 김형효
icon_tag.gif부다페스트의 한 대학교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다시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거리의 모습, 도나우 강가의 모습, 새롭고 낯선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그러나 사진기가 말썽이어서 어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서비스 센터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방법을 찾고자 대규모전자제품 매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60은 넘어 보이는 나이든 여성 고객 상담원의 안내로 서비스 센터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진기에 결함은 없다는 것이 직원의 답이었다. 문제는 사진기의 렌즈라고 했다. 렌즈만 새로 구입하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고민없이 새로운 렌즈를 구입했다. 

 

여행을 떠나면서 추억을 담는 가장 유일하고 뛰어난 도구 중 하나인 사진기의 결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3박 4일의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운 관광을 위해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된 것이다. 이제 체코로 가는 길이 한결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당일 밤에는 영웅광장 주변을 산책하며 보냈다. 영웅광장의 화려한 빛은 헝가리의 과거가 만만치 않은 역사의 위대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한국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역사에 가려 동구권의 역사란 그다지 의미 있게 해석되지 못한다.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필자는 뒤늦은 여행을 하며 그동안 한눈을 뜨고 산 세월이 너무 길다는 한탄을 하게 되었다. 세상은 넓고도 무한한데 한국에서 우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역사와 문화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도록 배우고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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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광장의 조형물 헝가리의 영웅들이 위엄있게 서있다. 가브리엘 대천사를 떠받치는 35m 높이의 헝가리 건국 1000년 기념비를 중심으로 마지르 7부족장과 7명의 부족장의 기마상이 서있다. 7부족장은 헝가리인의 선조라 한다.
ⓒ 김형효
icon_tag.gif영웅광장의 조형물

그러니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의 역사를 쓴 소비에트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우기보다는 하나의 터부로 여기도록 배웠을 것이다.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각국과 수교가 체결되었고 교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통한 역사적 배움은 활발하지 못하다. 한 눈을 뜨고 보는 세상은 정상적인 한 눈의 기능조차 저하시키기 마련이다. 두 눈을 바로 뜨고 바로보고 살 수 있도록 세계의 모든 역사에 대해 시급히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필자가 경험한 우크라이나 22개월의 삶은 교과서에서 배운 소비에트와 러시아권의 역사에 대한 새로움을 보는 기간이었다. 언젠가 때가 되어 그런 경험들을 기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이곳에서 보낸 22개월 동안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많은 충격을 경험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자각한다는 것은 자신만 본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인과 나를 동시에 보고 느끼며 더 선명한 자각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우리를 자각하기 위해 더 많은 타인들을 바로 볼 줄 알아야 하겠다. 바로 바라보려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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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의 아침 프라하의 아침에 본 프라하 거리의 조형물이다. 아마도 프라하의 봄에는 악사의 연주에 맞추어 고난을 벗어던지는 꿈을 함께 꾸는 사람들이 걸었을 거리다.
ⓒ 김형효
icon_tag.gif프라하의 아침

늦가을의 낙엽이 스산한 기운을 몰고 오는 날 다시 밤 기차를 이용해 프라하로 떠난다. 아침이면 프라하의 봄을 밝혔던 내일의 햇살을 받으며 프라하 거리를 걸을 수 있으리라. 여행은 날마다 새롭다. 절로 일신우일신의 날들이 주어진다. 그래서 여행은 긴장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자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살아있는 자여! 여행을 떠나라! 날마다 축복이 준비되어 있으리라. 나는 내일의 축복을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역을 출발해서 체코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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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 거리의 마차 자동차 뒤를 지나쳐가는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여유로움을 더한다.
ⓒ 김형효
icon_tag.gif프라하 거리의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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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청사탑 아래의 천문시계 세계인의 시계라고 해도 좋을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천문시계다. 매시 정각마다 종이 울리면 시계 위에 창문으로 인형들이 고개를 내민다. 그것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프라하의 명물 중 하나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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