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차려놓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 김형효 노무현
그는 갔습니다.
나는 어제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저녁에 음악을 켜놓은 채 잠이 들어 우연히 노트북을 잠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멍한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나는 온 종일 인터넷을 보며 진짜인가? 의문을 가지며
더욱 더 분명해지는 현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곳 시간 오후 3시 가까운 마트에 갔습니다.
양초 2개, 그리고 향을 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내가 기억하고 싶은 자신감!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힘차게 자신감을 표현한
캐리커처형 사진을 영정으로 쓰려고 프린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식탁에 영정 사진으로 쓸 A4 용지를 붙이고 초를 켜고
이어서 향을 피웠고 내가 해먹는 밥을 차렸습니다.
모처럼 쇠고기 스테이크 요리를 해서 함께 혼자만의 분향소를 만들었습니다.
눈물은 참자.
그러나 속으로 눈물이 흘러넘친다.
나는 그의 손끝을 기억합니다.
종로 2가 였던 듯합니다.
그의 정직한 손은 거칠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인가?
아프다.
그러나 아프다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는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외면되지 않는다.
걱정이다.
그가 떠나는 날에는 향도 초도 끌 것이지만,
기억 속에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살고 볼 일이라고......,"
어제 그가 유서를 쓰는 시간 나는 시(詩)를 썼다.
나는 그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오마이뉴스에 아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나의 믿음을 표현한 글이었고 그는 그렇게 실천한 대통령이었으니까.
*노무현 후보로의 단일화는 역사적 요구
가벼운 일상
부드러운 바람처럼
한 걸음 걸어가는 것이다.
삶의 나날들......,
한 걸음 부드러운 바람처럼 걸어가다
가다보면 벌판 같은 바람도 만나는 것이다.
부드러운 사랑도 만나는 것이다.
가다보면 볼 수 없는 그리움도 남는 것이다.
그렇게 가닿지 못할 것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알게 되고 만나게 되고 그러다보면
이겨낼 힘도 알았다는 듯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이 일상처럼 내게로 오는 것들이다.
살다보면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일상처럼 만나는 것이다.
사랑도 고통도......,
멈추자. 절망을,
왜냐하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남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니
살아있어 희망을 노래 부를 수 있을 때까지
절망의 노래는 미루어두자.
세상을 미미한 바람처럼 거느리고 살자.
삶을 그렇게 느릿하게 어리버리 하게
그렇게 느리고 어리버리 하게도 한 걸음 가보자.
그렇게 가는 그 걸음 안으로
느릿한 일상의 바람 같은 세월이
소리 없이 스며들 때까지,
그런데 나는 지금 할 말을 잃었다.
사람이 갔다.
억울함을 안고
그는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갔다.
그는 하소연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을 있게 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에
가슴 아린 마음으로 간 것이다.
가버린 사람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그에게 칼끝을 겨누던 자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를 보내지 못해 안달복달하던 가해자가 분명해 보이는 그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어쩌란 말인가?
어쩌란 말인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소식을 접하고 24시간이 되었다.
이제 그분을 위해 명복을 빌고
그가 두 주먹 불끈 쥐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들에게 또다른 책무가 주어진 느낌이다.
그의 가장 힘찬 모습을 기억하며 살아있는 자들이 할일이 많음을 기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