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빠토리야 한글학교 소식

  • 김형효
  • 조회 4265
  • 2009.09.2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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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새롭게 배우는 한국인!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소식
00031322.JPG김형효 (tiger3029)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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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빠토리야 거리에 핀 무궁화 이곳은 우리나라 거리에서보다 더 많은 무궁화 꽃을 볼 수 있다. 볼때마다 신기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는 무궁화꽃에 진드기 같은 벌레먹은 꽃을 많이 보았으나 이곳에 꽃들은 상처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 김형효
icon_tag.gif예빠토리야 거리에 핀 무궁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을 한다. 청소년기를 지나며 20대까지도 때때로 삶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까? 가끔씩 사색한 적이 있다. 동요를 부르고 가르치며 가, 나, 다, 라를 가르치고 ㄱ, ㄴ, ㄷ을 가르치며 내가 처음 한글을 배울 때 배우지 못했던 방법까지 알아가며 새롭게 한글을 익힌다. 마치 찹쌀밥을 꼭꼭 씹어 먹으며 맛있는 찰기를 느끼며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어린 동무가 되고, 나이든 어른들의 낯선 한글 공부에는 내가 낯선 러시아로 서로 친구가 되어 가는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기를 내게 기대한다. 천천히 하지만 더욱 분명하고 알차게 한걸음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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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타냐(김하얀)가 쓰는 한글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한글 공부 중인 타냐! ㅏ,ㅑ에 러시아어 음을 써가며 연습중이다.
ⓒ 김형효
icon_tag.gif김타냐(김하얀)가 쓰는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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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로리사(김푸름)님의 한글 쓰기 성인반 수업을 받는 김로리사(김푸름) 님은 두 번 째 수업을 받았다. 한글 알파벳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 김형효
icon_tag.gif김로리사(김푸름)님의 한글 쓰기

새롭게 한글을 인식해 간다. 한글 발음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제 3주가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러시아어 알파벳으로 표기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답답하고 어려울 때도 있다. 아리랑부터 막혔다. 우리말로 아리랑은 러시아어로 표기하면 АЛИЛАН아리란(АЛИЛАНГ아리란ㄱ)가 된다. 사실 이곳 고려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발음 중에 하나가 (ㅇ)발음이다.

 

배운 다는 것은 차이를 알아가는 것, 다른 것을 인정해 나간다는 것임을 더욱 깊이생각하게 되는 날들이다. 낯선 나라에서 일상을 지내는 나도 그런 일상 속에서 배운다. 낯선 나라 사람들의 삶과 일상을 찬찬히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그들이 살아가는 것, 그들과 우리가 다른 것들을 더욱 더 분명하게 보게 되고, 인정하게 되고 그를 통해 선명하게 배우게 된다. 그리고 노력하게 된다. 그것들이 결국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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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빠토리야 일출 일출을 찍었다. 아침 일찍부터 강태공들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 김형효
icon_tag.gif예빠토리야 일출

요즘 세상은 가르치며 배운다는 말들이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겸양의 미사여구로만 쓰이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결국 그렇게 되는 이유들은 따지고 보면 실천이 외면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시가 여전히 세상에는 많다. 그런데 세상은 여전히 혼탁하다. 결국 그런 아름다운 말과 시詩는 그런 삶과 그런 세상이 현실이 아니라서 가슴 깊이 염원하는 마음들로 넘쳐나는 것이다.

 

내 마음을 다지며 더욱 깊이 새긴다. 그리고 낯설게 한글을 배우려는 아이들을 만나고 어른들도 만난다. 그리고 자꾸 자꾸 다짐하게 된다. 어린이처럼 보게 하고 어린이처럼 말하고 익히게 하라고 내가 내게 다짐을 재촉한다. 그렇게 어린 마음으로 어린이처럼 그들과 마주하고자 한다. 이미 그런 일상을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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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에서 기다리는 학생들 예빠토리야 제일학교에서 필자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그들이 반갑게 웃으며 날 향해 뛰어올 때마다 강한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 김형효
icon_tag.gif교정에서 기다리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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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팔꽃 나팔꽃에 꿀을 따는 벌을 아침 산책 중에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의 자연풍경만으로는 한국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건물과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를 뿐이다.
ⓒ 김형효
icon_tag.gif나팔꽃

토요일과 일요일 수업을 받으러 오는 그들이 내 마음처럼 열심인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내 욕구가 강한 것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이제 여섯 번째 수업을 마쳤다. 두 번의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교문 앞에서 날 기다리며 날 보면 반갑게 뛰어온다.

 

일주일간의 기다림이 있어서인지. 내가 그들을 만나 하루 빨리 우리말을 익히게 하고 싶은 그 마음이 그들에게 전해진 것인가 보다. 지난주부터는 성인반의 수업이 진행되었고, 학생반도 새로운 학생이 들어오고 있다. 기쁘다. 나는 더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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