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춤

  • 김형효
  • 조회 3592
  • 2005.09.1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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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고 있다.
한 장의 휴지가 잔디 밭을 배회한다.
잔디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더니,
제 자리에서 발레리나 처럼 춤을 춘다.
바람의 춤이다.

바람의 연출에 의해 한 장의 휴지가
잔디 밭을 무대로 하고
적나라한 나신을 드러낸 체
얼토당토 않은 바람개비처럼
바람의 장단을 따라 춤을 춘다.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
춤은 멈추지 않는다.
한없이 춤을 추다가 공간이 사라지면
바람도 함께 공간을 잃고
바람이 춤을 멈추고 휴지도 숙면을 취한다.

그렇게 광활한 우주에서
한 장의 휴지처럼 우주에 의해 나풀거린다.
우주가 춤을 춘다.
사람도 그렇게 춤을 추다 사라진다.
사람들은 일생을 그렇게 표현한다.

우주가 끝나지 않는 한
사람도 춤을 멈추지 않으리라.
그렇게 우주를 배회하던 사람은
자신의 사지를 묶어두고 자유를 찾는다.
우주가 아둔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우주를 따르지 않고
사람은 의식의 노예가 되어
속박을 자유라 한다.
나는 날마다 나를 해체시키기 위해 살아간다.
그것은 자유다.
그것은 우주의 염원이다.
우주는 바람이다.
바람처럼 우주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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