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파는처녀" 꽃분이에게

  • 김형효
  • 조회 2950
  • 2005.09.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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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이는 아픈 엄마를 위해 꽃 팔아서 약값을 마련하려는데
약값이 없어서 넋을 놓고 약국 앞에 사람들을 바라보고 섰다.

속으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절망 속에서...,

거리를 바라보니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많다.
이 상점 저 상점 연방 오가는 사람들
오늘은 왠지 그들이 야속하고 원망스럽기만 하다.
저 수많은 사람들 속에 호주머니에서
절렁거리는 동전 한잎 꺼내여 꽃분이가 팔고 있는
나물 한줌씩만 사주어도 몇 일만에 약값을 벌 수 있는데
아니, 저 사람들은 돈 한 푼쯤 길거리에 흘렸대도
대수롭지 않을 사람들인데 꽃 파는 처녀 꽃분이는
거기에 목숨을 걸었다. 어머니의 목숨을 걸었다.
세상에 참으로 박정하다.
그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목놓아 울고도 싶다.

윗 글은 북한 소설 "꽃 파는 처녀"의 한구절이다.
조금씩 조사를 바꾸어 가며 어미를 바꾸어 가며...,
나는 글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엊그제가 우리 민족사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그어질 날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그 준엄하고 엄숙한 역사가
장난질치는 선량들에 의해 전날보다  참혹한 넋두리 하소연처럼 되었다.

왜, 나는 꽃 파는 처녀의 한구절을 지금 이 대목에 인용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들먹여 발언하는가?

한 개인의 생사의 길은 우주의 생멸과도 같다.
그런 점에서 숱한 개인을 옭아매었던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왜 그리도 넉넉하고 온화한 넋두리로 용서하는가?
그 법을 용인하고 그 법을 옹호, 사수하는 자들을 용서하는 자들이
저 꽃 파는 처녀에게 동전 한잎 건네지 못할 쫌팡이란 것이야
누구라 모르겠는가마는 해도 너무들 한다.
그 꽃분이의 광주리마저 낚아채고 있는 저들을 우리는 용서해야할까?

하물며 국가와 민족 앞에 생사의 길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장래에 수족을 못쓰게 가로 막아서는 국가보안법을 두고
역사를 들먹이던 선량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그들이 이해타산을 따져가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장지연 선생이 대한매일신보를 통하여 시일야방성대곡이라 했다.
오늘 선생은 이 상황을 보시고 무어라 하실까? 
시일야 대성통곡이다.
시일야 시일야..., 고목이 홀로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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