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낙타

  • 김형효
  • 조회 3062
  • 2006.01.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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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사막을 걸어
사막에 내리는 눈
눈보라를 따라 걷다가
쓸쓸히 걷는 낙타 고개를 쳐다보면
금세 눈물이 날 것 같다.

쓸쓸한 것들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은
쓸쓸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마음 따뜻한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음악처럼 내리는 눈이
내 눈을 간지럽히고
놀란 사랑처럼
날 유혹하며 도망친다.
아스라히 사라진다.

걷다가 쉬다가
머뭇거리다가 그렇게 쓸쓸한 뒷길로
걷다가 쉬다가
그렇게 기웃거리다가
그렇게 사랑스런 사람을 바라보다가
홀로 지친 그림자를 그리다가
그림자 되어 버렸구나.
그렇게 되고 싶구나.

걷다가 쉬다가
머뭇거리다가 그렇게 쓸쓸한 뒷길로
걷다가 쉬다가
그렇게 기웃거리다가
그렇게 사랑스런 사람을 바라보다가
홀로 지친 그림자를 그리다가
음악이 되고 소리가 되어
마음 울리는 파도가 되어버렸구나.
그렇게 되고 싶구나.

나도 저 눈처럼 누군가를 향해 내리고 싶어져서
나도 저 낙타처럼 사막을 걷고 싶어져서
나도 저 음악이 되고 소리가 되고
나도 무언가가 되어 그대에게 다가 가고 싶어져서
쓸쓸한 밤거리의 나그네라도
쉬어갈 마음 한자락의 여유를 만들고 싶어져서
오늘은 그렇게 삶 저편을 저벅저벅 기웃거리며
생각하다 지치더라도 그렇게 저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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