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서럽다.

  • 김형효
  • 조회 3962
  • 2006.05.2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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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날이다.
멍하니 하루가 가기를 기다리다 지쳐
밖을 향해 걸었다.
목표를 잃은 배가 항구를 떠나 표류하듯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 안타까워
한없이 울고 싶은 날이다.
차라리 눈물이라도 흘러 나왔으면
눈물이 간절하다.
그리움도 아니다.
좌절도 절망도 원망도 아니다.
오래 전 항구를 떠나왔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너무 멀리 떠나와서 항구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제는 더 먼 대양을 항해할 기운도
이제는 제자리에 머무를 수도 없음을 자각한다.
울고 싶다.
멍하니 하루 해가 다가도록 더 멀리 걸어야 한다.
떠나는 것만이 나의 갈 길이다.
이제 표류할 수 없는 숙명을 받아 안고
멀리 멀리 훨훨 날개를 편 새처럼 날아가야 한다.
훠얼 훨 날아야 한다.
안녕을 기약할 일도
지나온 날을 되돌아 볼 일도 없이
훠얼 훨 길 떠나 날개를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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