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지은 집에서

  • 김형효
  • 조회 4371
  • 2006.07.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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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지은 집
- 카트만두



느린 걸음으로 길을 간다.
카트만두에 사람들은 느리게 웃는다.
나무로 된 집에서 사람들은 느릿느릿 잠에서 깬다.

아침이 밝았다.
하늘 가운데 흰 달과 함께 떠 있는 햇빛에
오늘도 사람들은 느리게 화를 낸다.

낮 걸음이 더욱 느리게 되는 것은
하늘 가운데 뜬 햇살이
무겁게 그들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운전대를 잡은 택시 기사가 졸고 있다.
그를 따라 구걸을 하던 거지도 졸고 있다.
나그네만 그들의 눈길을 피하기 바쁘다.

길 가던 외국인을 본 아이 엄마
순간적인 빠르기로 달린다.
아이를 위해 자신이 살기 위해
그렇게 달리면서 하루를 보낸다.

낯선 풍경에 길을 멈춘 나그네 생각
녹초가 될 법도 하고
지쳐 하루쯤 쉴 법도 하다.
나그네의 한가한 타령이다.

그는 그렇게 구걸하다 하루를 보내고
나는 그렇게 타령하며 길가다 하루가 간다.
사람들은 저마다 하루를 산다.
그렇게 하루가 죽었다.

아픈 마음 달랠 수 없어
옴짝 없이 숨죽이며 길을 가다가
외면하는 법을 배운 자신이 기특하다.
아! 나그네, 나그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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