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냥이를 사색하다

  • 김형효
  • 조회 3381
  • 2007.02.25 23:11
  • 문서주소 - http://sisarang.com/bbs/board.php?bo_table=todaypoem2&wr_id=252
홀로 독식하는 승냥이는 약하다
승냥이가 무리를 지으면
호랑이 먹잇감도 빼앗을 수 있다
먹을 것인가 먹힐 것인가
물음은 짐승에게만 존재하는 질문이 아니다
꿈꿀 것인가 꿈이 될 것인가
홀로 청청한 사람은 귀하다
벌판을 가로 질러 가며 아프다
허나, 삶의 길이나 승냥이의 길이나
허망한 일 많구나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처럼
허공을 빽빽히 채우고 가는 바람처럼
사람들이 빽빽한 거리에서
홀로 사람의 가슴을 후비는 파렴치
이제 황무지의 가슴을 나무랄 욕심도 없다
사람은 사람이니까
기대하면 기대하는 만큼 허망의 골도 깊어
사람의 길을 따라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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