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세상 그른 세상

  • 김형효
  • 조회 4382
  • 2005.09.08 04:01
  • 문서주소 - http://sisarang.com/bbs/board.php?bo_table=todaypoem2&wr_id=34
길 거리에 낙엽이 날린다.
나도 따라 날린다.
뒤척이며 뒤척이며 천천히 가려고 발버둥치다.
지친 낙엽이 되어 날린다.
나도 따라 날린다.
어깨가 무너져 내리는 데도 통증이란 없다.
이미 무뎌진 사람들의 틈새에
나도 따라 틈새를 따라, 따라 가는 것이다.
틈새를 비집고 나오려면 피를 흘려야 한다.
피 흘리기가 싫어 피 흘리는 것을 보기가 싫어
그냥 따라 가기로 한다.
그냥 그렇게 따라가기로 한다.
아니다. 그냥 멈춰 서서 일행이 저만치
내 눈길에서 벗어나면 그 자리에 조용히 가라앉는다.
이것이 나의 전략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니 말할까 말까 망설인다.
그러지 마라.
그냥 따라가라.
그러나 그들도 그렇게 따라가기 너무나 힘들어
울다 지치고 지쳐서 그들 서로 뒤엉켜 물어뜯고 있다.
미친 승냥이가 되어 어깨를 파먹히고 파먹힌 줄도 잊었다.
이제 모든 것을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그들은 행복할 테니까?
그러나, 그러나, 그들은 오늘
이미 형성된 전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 안타까운 나의 그대들이여! 아! 안타까운 나여!
아! 고비 사막의 뒷길을 걷던 혜초승의 뒷길에
죽장에 삿갓을 찾아 떠나는 내가 보인다.
허허롭구나. 허허롭구나.
허허롭다 말 할 수 있으니
나여 참으로 행복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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