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날 하늘을 보라!

  • 김형효
  • 조회 3412
  • 2008.12.0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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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 년 전이었다.
아니 이천 년 전이었다.
할아버지는 잠에서 깨어나
헌 날(매일), 날(해)을 보았다.

이천 년 전이었다.
아니 삼천 년 전이었다.
할머니께서는 날이 밝기 전에 잠에서 깨어나
헌 날(매일)마다 아침밥을 지으셨다.

삼천 년 전이었다.
아니 사천 년 전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동산에 올라
헌 날(매일)마다 바다를 바라보시었다.

사천 년 아니 오천 년 전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물가에서
아침 날을 밝히는 얼굴을 씻으시며
맑디맑은 눈으로 하늘을 보시었다.

수천 년 전의 하늘을 내가 보고 있다.
수천 년 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를 만나신 적도 없고
수천 년 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나는 바라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보셨던 그 하늘을 나는 오늘도 우러르고 있다.

그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의 어진 마음은 내 안의 하늘이오.
내 밖의 하늘은 나를 다시 한 겹 감싸고 어질게 바라보고 있다.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눈길도 안다.
하늘과 하늘이 만나 어화 둥실 춤을 춘다.
어진 마음도 춤을 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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