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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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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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김형효

지난 날 절간의 탱화를 그렸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아들 셋과 딸 하나의 무사안위를 빌었다.
큰 딸은 결혼해서 딸 아들 낳고 무탈하게 살았고
친구는 여전히 절간을 따라 
전국을 떠돌며 탱화를 그렸다.
어느 날 탱화를 그리다 말고 
그는 인연 따라 부처님의 나라로 갔다.
그 나라 사람을 많이도 불러들였다.
그는 지금 부처님의 나라 사람과 살다 이별하고
홀로 아픈 날들을 이겨내고 있다.
한 아우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픔을 안고 살고
또 다른 아우는 지친 세상과 마지못한 날들을 부대끼며 산다.
그러던 며칠전 그의 엄마가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내게 전해졌다.
나는 그때 그가 받을 형벌을 걱정했다.
친구 혼자 견디기도 힘든 삶에 
거역할 수 없는 엄마를 살려야하는 일에 대해서다.
그리고 사흘이 다 가기도 전에 내게 전화가 왔다.
"형! 제 어머니 돌아가셨어요.
오늘 병원으로 모셨는데 그냥 가버리셨어요."
옴마니 반메홈! 옴나마 시바에!
절간에 탱화를 그리던 그가
십자가를 품고 아들을 위해 기도했던 엄마를 보내는 마지막 말은 그렇게 짧았다.
나는 그날밤 아내와 함께 꾸물꾸물한 어둔 밤 고속도로를 달려 생전에 뵙지도 못했던 아픈 친구의 어머니를 뵙고 인사를 드렸다.
진정 어머니의 사랑이 이리 깊으신건가요?
아내와 나는 십자가를 품으신 평온한 어머니의 영전에서 무릎을 꿇어 작별인사를 드렸다.
부디 영면하소서!
문상을 마치고 돌아서며 나는 친구를 두 세 차례 끌어안고 잘모시기를 바랬다.
남은 사람들은 남은 업보를 살고 
가신 분은 남은 업보를 묻고 가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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