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뒤(길곡리를 다녀온 후)

  • 김형효
  • 조회 3279
  • 2005.09.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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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산맥을 뒤돌아 령마루 지나
재를 넘었다.
재를 넘으며 생의 반쯤을 넘는 듯한
느낌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적한 산길을 아스팔트로 뒤덮었기에
그 길을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지긋지긋한 문명의 반이데올로기를 느끼면서도
나는 그 길의 풍요를 절감하였다.

아스팔트를 이로 물어뜯는
절망같은 꿈을 꾸는 내가,
망연자실 재뒤에 길곡리에서 바라본
천태산도 앞산 뒷산도
내 가슴을 깊이 다독일 것이라 믿기로 했다.
오늘은 내가 살 길을 다시 걷는 그런 날이었다.

나는 나의 대학을 꿈꾸며
길곡리의 산뜨락에 둥지를 틀리라.
심산유곡의 영혼을 받아 안고
거치른 대지의 심란함을 청결히 쓸어 담으리라.
오늘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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