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가을

  • 김형효
  • 조회 3256
  • 2005.09.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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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소담스럽게 내리는 비를 따라가면
전깃줄에 눈물이 맺힌다.
비가 내린다.
풍요로운 가을 들녘을 지나 내린 비
가을 창살을 가르고 와서
반갑게 맞이하느라 멍하다.
그렇게 그 비를 바라보다 멍해진다.
가을을 날으던 까마귀와 까치는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서로의 날개 뒤를 쫓아 날며 신이 났다.
나도 따라 그들의 눈길을 바라다 본다.
어제의 안위는 없고
오늘의 평화는 없고
길곡의 어둠 속에서 빛이 찬란하고
길곡의 밝음 속에서 삶이 적요롭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가을 창살 사이로 내리는 비를 본다.
그 비를 따라 가보니
내 마음 흰눈처럼 밝아진다.
흰눈처럼 내리는 눈을 보니
절로 고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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