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

  • 김형효
  • 조회 3335
  • 2005.09.17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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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마다 바람이 분다.

사람들처럼 거친 마디는 찾아볼 수 없이
산들바람이 분다.

냉이는 깊은 뿌리를 박고 일어나
봄맞이 하는 할머니 호미자락에 작살이 났다.

그처럼 숙명이란 것을 알면서도
때가 되면 풀이 돋고
때가 되면 나뭇가지에 움이 튼다.

때가 되면 피었다지는 꽃들이
무시로 아지랑이 걸음을 하고
살랑거리는 봄맞이 산들바람을 쫓아
저 밭고랑 넘어 동구밖을 넘나든다.

그렇게 들판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에서
꽃이 무시로 피어나리라는 기대 때문에
오늘도 저무는 해를 보며
밝아지는 저녁 하늘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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