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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0거리

  • 김경희
  • 조회 7605
  • 기타
  • 2010.10.19 21:22
1
오후의 해살이 노곤하다.문득 핸드폰이 울린다.
현이야, 너 괜찮은 거지?
엄마의 목소리가 엄마답지 않게 조심스럽다.
엄마, 아무일도 없지 그럼,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요? 나 잘 있는데.
오 그래, 그럼 된다.무슨 일이 있음 엄마한테 인츰 알려, 알았지?
네, 알았어요 하고 대답하면서도 느낌이 석연치 않다. 엄마의 목소리에는 어둔 빛갈이 깔려있었다.그것이 뭔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어느 저녁무렵, 서녘 하늘이 창을 붉게 물들이고있을때 전화벨이 울렸다.
누나, 괜찮아?
북경에서 대학다니고있는 동생 건이다.물음이 이상하다.
괜찮구말구, 근데 왜?
일없지, 글쎄? 출근이랑 그냥 하구?
일없구말구, 출근도 하구말구,근데 너 왜 그렇게 묻지?
아, 그런걸 난 괜히 놀랐어, 엄마가 누나 이상해진거 같다 하기에…
그러던? 어처구니없어. 사람 진짜 미치겠다!
누나, 성내지 마, 아님 됐어!
건이와 통화 끝내고나서도 내 마음은 부글부글 끓는다.
아, 그래서 엄마가 전날 그렇게 전화를 걸어온거였구나! 어쩜 이럴수가?
내가 딛고서있는 땅이 꺼져내리는 느낌이다.내가 이상해지다니…
견딜수가 없었다.한 숙사에 있는 옥이를 불러내 가지고 나가서 난생 안하던 흰술을 마셨다.
옥이는 이상해했다.니가 왜 술을 다하고이래? 무슨 일이 있었어?
그래, 우리 집에서 다들 날 이상해졌단다. 니보기도 내가 이상해졌어? 그래?
얘 이게 무슨 눈 펀히 뜨고 도깨비꿈 꾸는 소릴 하니? 너 집에서 왜 널 그래? 응?
준이 선생 있잖아?
오, 할빈에 있다는 그 멋진 총각선생? 왜? 그 선생 널 좋아하잖아?
옥이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린다.
어쩜 옥이 말처럼 그가 날 좋아한것이 아니고 내가 그를 좋아했다는것이 더 맞을것이다. 그를 처음 보는 순간, 그때 그가 내 속으로 강하게 쑥 들어오던느낌이 너무 실감적이였으니까. 누가 누구를 먼저 좋아했는지 알수 없었지만 우린 암튼 서로에게 첫눈에 그렇게 반했었다.
그 선생 말이야, 내 오빠래!
옥이가 튕기듯 자세를 고쳐앉는다.
오빠? 무슨 오빠? 그가 너보고 자길 오빠라 부르래? 건 당연하잖아? 선생이라고부르면 넘 거리감 나잖아?
그게 아니구, 그러니까 그가 나의 륙촌오빠란다. 내가 지금껏 몰라보았지뭐.
어머, 이거 무슨 날벼락 맞을 소리냐?
옥이가 내손을 덥석 잡으며 날 빤히 쳐다본다.
그럼 너 어째야 하는데? 너 둘이 서로 좋아하잖아? 근데 오빠면 결혼할수가 없잖아?
난 기운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넣었다.목이 타들어가는것 같다. 아니, 오장육부가 타들어가는것 같다. 아니, 내 전체가 정신과 영혼마저 바짝바짝 타들어가는것 같다.나는 내 심장이 타는 소리가 들리고 타서 연기가 피여오르는 모습을 본다.
어머, 이일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옥이의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하늘끝에서 들려오고 그 모습이 흐린날의 창밖풍경보다 더 희미해올무렵 옥이가 날 데리고 택시를 불러 겨우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와서 나는 많이 토하고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였다. 근데, 이상했다. 전등 끄면 바줄에 걸어놓은 세수수건같은것들이 흔들흔들 움직여서 마음이 당황하고 전등 켜면 문밖에 누가 와 서있는것 같은 느낌이 와서 덜컥 무서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갑자기 내가 진짜 정신 착란이 오는걸가 하는 공포가 휩쓸어든다. 전등만 끄면 어둠속에서 그네뛰들 왔다갔다 흔들거리는 세수수건을 보면서 저것이 어찌 흔드는 사람이 없는데 저절로 흔드는지 당혹스러웠다. 진짜 엄마말처럼 나 혹 신경이 이상해진건가? 그런 생각하면 더럭 겁이 났다.
옥이야, 너 자니?
왜? 아직도 안자? 잠이 덜깬 옥이의 목소리에 잠기가 묻어있다.
나 오늘 너랑 같이 자자, 응?
나는 옥이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베개를 안고 옥이의 이불속으로 기여들었다.
옥이의 코고는 소리가 고르로와지고있는데 난 점점 정신 말똥해진다.
문득, 달빛에 파랗던 경박호의 수면이 떠오른다.물이 어쩜 그렇게 파랄수 있을가!그리고 그 물보다도 더 깊고 서글서글한 그의 눈빛,  파란 수면앞에 그랑 함께 즐겁게 노닐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웃음이 떠오른다.
그동안 여러해동안을 그렇게 사이좋게 가깝게 보내면서, 왜 그가 바로 어렸을적에 우리집에 여러번 다녀갔던 그 륙촌오빠임을 알아보지 못했단 말인가?
그것도 큰어머니 생신을 쇠면서 집안에서 다 모였을때, 큰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이름난 작가여서 흐뭇한 이야기를 하기에, 우리 엄마도, 어머 형님, 우리 현이도 작가증 탔는데요해서, 어머 그럼 혹 그 애들이 서로 알겠네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단다.
그리고 돌아와서 엄마로부터 그말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에 타박상을 받는 느낌이였다.준이선생이 오빠라니?
누가 물으면 현이 너 가장 친한 사람이 누구지? 하면 생각없이 준이선생이라고 대답할수 있는 그이가 갑자기 오빠라니? 내 문학생애에서 귀인이고 은사이고 문우이기도 한 그이가, 가슴속으로부터 숭배하는 그이가 오빠라니? 대체 뭐가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물을 마시려고 손을 내밀어 물컵을 든다는것이 밀어제껴 물이 좔좔 흐른다.
준이도 너 큰어머니한테서 그 말을 듣고 그렇게 놀라더란다. 니가 바로 순희일줄을 몰랐다고!
나 어렷을적 이름은 순희였는데 너무 촌스럽다고 대학가면서 내가 현이라고 고쳐버렸던것이다.
준이선생이 륙촌오빠라…
하지만 엄마로부터 정신 이상이라고 의혹받는 지금의 상황은 그때의 놀라움보다 더 컸다. 그땐 가슴이 부서지는 느낌이였다면 이것은 천길나락에 떨어지는 기분이였다.
2
그와 나는 어느 잡지사에서 조직한 문필회의에서 처음 만났었다.이박삼일로 기일을 잡고 이름난 풍경구인 경박호에서 그는 수려한 경치와 함께 나의 시야속으로 화려하게 쑥 들어온것이다.
그는 남들처럼 제시간에 도착을 못하고 이튿날, 오전 당대 조선족수필문학이 가야 할방향을 주제로 세무나가 한창일때, 문을 열고 들어섰다.
172를 웃도는 키에 오관이 반듯한 그는 품위가 있어보였다.아니, 그의 출현은 숲의 싱그러움같은 생기를 실내에 풍겼다. 그는 들어서면서 몇사람에게 아는체 허리를 굽석여보이는데 그때마다 환하게 웃음을 떠올렸는데 그 웃는 표정이란 속에서 우러러 나는 그런 진솔한 웃음이였다.
안경을 건 한 편집선생이 한창 발언중이였는데 그 내용이 내 신경을 긁는다.
어떤 신인들은 우리가 어떡하나 잡아 끌어올리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써도 못 따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 정력이면 아예 우리 잘나가는 이들에게 정성을 쏟으면 문단이 훨씬 더 멋지게 나갈것 같아요. 아무리  애써보았자 헛수고할것 있나요?
그말은 날 들으라고 하는 말처럼 안겨왔다. 난 겨우 단편 처녀작 한편 내놓고 문필회라고 처음 참가한 립장이였으니깐. 그리고 그날 모임에는 나말고도 또 한 신인이 있었다.
근데 그의 차례가 되자, 그보고 발언하라고하니 그는 기가 싹 죽어서 한다는 말이, 전 처음 글쓰는 사람이여서 오늘 이자리에는 배우러 왔습니다. 다른 할 얘기가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한마디를 하고 지나버렸다.
그렇게 한사람씩 소감을 말하는데 내 차례가 되니, 난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
저도 사실 배우러 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나서서 소감 말할 생각도 감히 못했는데,  저 편집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보니 꼭 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을 해서 나는, 우리 같은 신인들은 선배님들이 끌어주지 않으면 많은 길을 에돌수도 있고 혹은 그냥 물앉을수도 있기에 선배님들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을 했다.그렇게 이끌어주면 나중에 진짜 훌륭한 문인으로 성장할수도 있는것이 아닐가고 그렇게 말했다.그러면서 강경히 내뜻을 밝혔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따로 있는데 나의 삶의 방식은 문학일것이며 설사 성공못한다해도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절대 후회하지 않을것이라고!
내 말에 그 편집선생이 해석을 했다.자기말은 그런 뜻이 절대 아니라구. 이끌어줘도 안되는 그런 사람에게는 쓸데없는 정력을 랑비말자 그런 뜻이였단다…
해석을 하는 그의 표정이나 억양을 보면서 난 그가 생각보다 가슴이 따뜻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느낌이 있어 저쪽켠으로 얼굴을 돌리니 바로 그이가, 금방 회의도중에 들어온 최준선생이 날 바라보는데 시선이 마주치니깐 싱긋 웃어보이는데 그 웃음이 참 따뜻했다.창으로 들어오는 해살이 그의 모습을 화사하게 만들고있었다.나도 방긋 웃어보였다.가슴에 아지랑이가 피여오르고있었다.
삼십대초인 그가 그때까지 총각이였단다. 다들 그를 총각선생이라고불렀다.
이봐, 준이선생, 하나밖에 없는 처녀선생 잘 보살피게. 하고 아까 그 편집선생님은 삭도를 탈때 그와 날 함께 타게 했다.
주위는 산으로 둘러쌓였고 아래를 굽어보니 아스라하니 푸른 물인데, 허공중에 나는 준이선생과 단둘이서 나란히 앉아 외바줄에 매인 삭도를 타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고있었다.
몇해전만 해도 황페했는데 이렇게 몰라보게 변할줄 몰랐습니다.
준이선생은 주위산을 둘러보는데 그 눈에는 표정이 풍부했다. 그 감개무량함, 이렇게 젊은 분이 벌써 문단에 이름나다니.
내 기분은 시원히 틔인 하늘가를 떠가는 구름송이처럼 부풀어있었다.
어디서 오셨댔죠?
저 도문에요.
아, 전에 도문에 가본적이 있는데, 참, 두만강이 흐르고 강 마주하고 북조선이 있고, 사면이 산으로 둘러쌓여 정취 있는 고장이죠.
도문을 잘 아시네요. 그래요, 저 화가라면 도문을 멋지게 그릴수 있을거에요. 아니, 화가가 아니면 시인이라도 좋겠어요. 도문은 시를 만들만큼 아름다운 곳이니깐요. 아담하고 깨끗하고 또…
그리고 이렇게 현이선생처럼 좋은 분도 있는 곳이구요.
어머, 선생님도 참!
어쩌다 단편하나 겨우 발표하고 문필회에 와서 선생이란 칭을 받는것이 쑥쓰럽다. 그리고 내가 좋은 사람인줄 그는 어찌 알가?얼굴이 붉어졌을것이다. 내가 무엇해하자,그가 사람좋게 웃는다.
허허허…
호호호…
그날 저녁 우리가 주숙한 려관 뒤마당에서 전등불을 밖에 끌어내고 록음기를 풀어놓고 우린 무도를 추기 시작했는데, 나는 지금껏 춤을 추어와도 그렇게 춤에 자기를 몰입해넣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젊은 사람답지 않게 그는 왈쯔를 좋아했다. 곡이 서서이 울리자 그는 나에게 다가와 청했다.내가 춤을 잘 모른다고 하니깐 괜찮다고 했다 자기가 리드하는대로 따라만 오라고했다.
그가 한손으로 내 손을 가볍게 잡고 한 손으로 내 허리를 조심스럽게 안자 처음엔 조금 긴장했다.
가슴 쭉 펴고 긴장 푸세요.그냥 절주따라서 조선춤 추듯이 발을 내디뎌요.그리고  무릎 굽히지 말아요. 그래, 그럼 돼요…잘 하시네요 뭐…
별이 물뿌린듯 반짝이는 밤에, 좋은 사람과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감각이란 실로 날것 같았다.
그는 춤을 추는것이 아니라 마치 보석을 다루듯이 날 조심스레 안고 천천히 리드해나가는데 매 한발을 움직일때마다 마치 온몸의 신경을 다 쓰듯이 그가 이번에는 어느 발을 어느쪽으로 뗄가 하는 그 느낌이 나에게 오차없이 전해졌다.진짜 그와 나는 한사람처럼 움직이고있었고 어쩜 한사람처럼 취해있었던거 같다.우리 둘이 춤 끝내고 손을 떼는데, 와, 멋지다 하며서 아까 내곁에 앉았던 여선생이 먼저 박수를 쳐서 다들 박수를 친다.
와, 둘이 너무 잘 어울려!
세미나서 내 심경 긁던 그 편집선생이 안경을 추슬러 올리며 우리 둘을 보며 눈 한쪽을 찡긋한다.난 괜히 무안해졌다.
그 세미나 이후로,  그와 나는 드문히 편지가 오갔는데 언제부턴가 드문히 전화련락도 되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그를 무척 좋아하며 그의 편지나 전화를 늘 기다린다는걸 느꼈다. 내가 왜서 이러지? 순간, 그는 약혼녀가 있을가 없을가 그것이 못내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참고 기다렸다. 묻고프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하루,그에게서 긴편지가 왔다.나는 저으기 긴장해하며 편지를 펼쳤다.
자긴 약혼한 여자가 있으며 돌아오는 국경절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다 정해졌다고했다.가슴깊은곳으로부터 뭔가 확 올리미는것이 있다. 눈뿌리가 아프다. 눈앞이 흐려온다. 그래도 나는 견디며 읽었다.
자긴 이 결혼을 안할것이며 어떤 일이 있어도 파혼 할것이라고했다.난 눈이 점점 커지고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니 같은 여자애가 하늘아래 있는 한, 난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일이 없을거라고했다.
난 너를 많이 좋아한다. 그러니깐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떤 욕이 차례지더라도 참고 기다려줄수 있냐구 물었다. 너도 내가 좋냐구? 그는 마지막에 그런 물음으로 편지를 끝냈다.
난 많이 울었다. 난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줄을 알것 같았다. 근데, 리유없이 한 여자를 불행에 떨어뜨리게 된다니 가슴 한구속이 석연치가 않았다.그래도 그가 날 선택한 이상 난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어떤 이유도 없다.그렇게 난 그자리에서 회신을 띄웠다.
편지를 쓰면서 난 가슴이 행복으로 들뛰고 부풀고 터질것 같았다.그가 아니면 난 어떤 남자에게도 시집가지 않으리라 다지면서.
3
근데 그가 집안 오빠란다. 그것도 여자 여섯형제에 단 아들이 하나인 집안의 아들이란다. 그런 아들에게 집안집 여자애를 며느리로 앉힐리가 만무하겠지!어떡하나?
둘러보아도 어디에도 내편은 없었다.
언녕 집안 오빠인줄 알았더면 이렇게 까지 상황이 진행 안될수도 있잖을가? 아니, 알았으니 멈춰야 마땅하다. 근데 머리는 그렇게 멈추자 하는데 가슴이 멈춰주질 않는다.
현이, 너도 알지 않니? 중국사람들은 사촌사이에도 결혼을 하는데, 우린 외륙촌이니깐 난 결혼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생각한다. 그러니깐 너랑 결혼하려는 나의 결심은 흔들림이 없으니깐 너도 힘을 합쳐주기 바란다. 끝까지 견딜수 있지?
그는 추호의 흔들림이 없었다.그것이면 나는 대만족이였다.
그래서 난 힘있게 견딜수 있다고 언약을 했다.
사실, 난 오빠의 얼굴은 잊고있었지만, 오빠에 대한 기억은 맑게 개인 여름 밤 하늘의 뭇별마냔 너무 선연하다.
내가 초중때 일이였다.그때 고난의 년대란 장편소설을 읽다가 밀림을 묘사한 부분이 너무 멋져서 목책에 베낀적이 있는데, 나는 그걸 오빠에게 보였었다.보일때까지는 아무생각 없이 보였는데, 오빠가 날 힐끗 보며 이게 니 쓴거니? 하고 물어오자 난 오빠에게 잘 보이고퍼서, 네 하고 대답해버렸다.
 진짜 니가 썼어? 하고 오빠가 날 찬히 보는데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였다. 이미 네 하고 대답을 해버리고난후라 난 더 해석을 하지 않았다.그때 그가 내 거짓말을 까밝히지 않고 속히우는척 해서 내 자존심을 지켜준걸 보면, 필경 그는 남자답고 오빠답다. 이런 바다같은 가슴을 가진 남자, 그런 남자를 기다려 내가 이날이때까지 남자에게 눈 한번 안준것 같다.
근데 지금 내가 그렇게 숭배하고 좋아하는 준이선생이 바로 그 오빠란 말을 들으니 왜 그 생각이 이렇게 강하게 떠오를가? 순간 부끄러웠다. 그 말을 해석하기 위해서라도 잘못 했다고 한번 사죄하기 위해서라도 그 오빠를 한번쯤은 만나고싶었는데 준이선생이 바로 그 오빠란다. 세상은 진짜 사람을 정신을 아찔하게 하는 요지경이다.
갑자기 그의 목소리를 듣고싶었다.
오빠!
이렇게 부르고보니 오히려 편했다.
오빠, 괜찮어?
응, 넌 괜찮어?
세상이 이렇게 우릴 외면하는데 우리 맺어질수 있을가?
너만 이 오빠편이 되여주면 난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아. 그러니깐 너 항복함 절대 안돼, 알았지?
알았어, 오빠! 사랑해!
사랑해!
전화를 끄고 돌아서니 뒤에 엄마가 있다. 가슴이 서늘해난다.
엄마의 눈길이 얼음보다 차디차다. 웃을때면 해바라기 같이 눈부처 웃는 이쁜 엄마의 눈이 오늘따라 왜 얼음보다도 더 싸늘한지 그 리유를 모르는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엄마가, 날 배속으로 낳아준 엄마가 낯설다. 외롭다. 허허 발판에 버려진 느낌이다.
너 돌았구나. 그냥 그 한마디만 하고 몸을 돌쳐 나간다.찬 바람이 휙 인다.정신이 아찔하다.
하루는 엄마가 내칸에 들어왔다.
현이야, 너 요즘 머리가 아프다면서?
근데 그 말투가 도를 넘게 상냥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어색하다. 꼭두각시 놀음 노는 어린계집애같다.
네.빠개지는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병원가서 머리 아픈데 약 좀 지어오자, 그럴가?
엄마는 언제보다도 살갑다. 그런 엄마 기분을 망가뜨리고싶지가 않아서 나는 그러마고 대답했다.
그날 엄마와 같이 연길행을 했고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갖고 나왔고 엄마랑 같이 엄마 이끄는대로 병동같은데 들어서는데, 내가 들어서자 철문같은것이 확 닫겨버린다. 엄마와 나는 이렇게 안팎으로 갈라졌다. 순간, 아, 이게 아닌데…그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내가 들어선곳은 정신병원병동이였다.
어머, 이게 아닌데. 난 황황해졌다.정신 펀펀한 사람을 진짜 정신병원에 처넣음 진짜 정신병이 들수도 있다.
엄마, 엄마, 하고 난 소리쳤다. 날 데리고가요, 나 절대 정싱병이 아니란 말이에요..
난 문을 탕탕 두드렸다.
현이야, 나 간다. 나 며칠에 한번씩 볼러 올테니깐 맘 안착하고 의사들 말 잘들어. 응?
하는 엄마의 울음섞인 소리가 지구 저쪽에서 들려오듯 문저쪽에서 들려온다.
난 땅에 철썩 주저앉았다.
어쩜 엄마가 날 정신병환자로 알고게실가? 아니, 륙촌오빠와 결혼하려는 딸을 꼭 정신이 돈것으로 볼만큼 그렇게 리해할수 없는 일일가?
니가 집안 오빤줄 알면서 결혼하려는거 보니깐 정신이 돌긴 돌았구나, 하고 치료를 하려는것이다.
요동치는 나를 간호원들이 달려들어 못 움직이게 팔다리를 묶어놓았다. 이 감각이란, 진짜 자유를 박탈당한 감각이다.
약 먹일 시간이 되자 안먹겠다는 날 간호사들이 달려들어 기어이 먹이고야 말았다. 인젠 진짜 정신이 나빠지는가보다 하고 나는 락담이 갔다.
선생님, 나 진짜 정신이 안나쁘단 말이에요. 하며 나는 호소했다.
나이 지긋한 간호원이 어깨를 다독여준다.
자기가 병이 있다는거 승인안하는거 보니깐 병이 위중하구만, 병이 경한 환자는 자기가 정신병 있는걸 승인한다구요.
어머, 기 막히다 진짜.
둘러보면 모두가 여자 환자인데, 눈길이 소름끼친다.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는다.희번뜪 거릴때면 꿈에 보일가봐 겁난다.
백여평 되는 큰 실내에 올망졸망 좁은 침대를 가득 놓았는데 나의 자리는 허망 복판에 있어, 태질잘하는 내가 자다 굴러떨어지기 쉽상이다. 울음이 왈칵 솟았다.
나는 간호원이 주는 약을 입에 털어놓고 물과 함께 넘기는척 하면서 넘겼다가도 위생실에 가 인차 토해냈다. 난 꼭 이 지옥같은데서 나가야 했고 환자들이 먹는 약을 먹으면 안되였다.아무리 노력해도 혹간 넘길때도 없진 않아 있었다. 그럴때가 난 제일 괴로웠다.
4
엄마와 아버지는 한주 한번씩 날보러 왔다.처음에는 난 날데리고 나가달라고 애걸복걸 했는데 간호원이 내보내지 않았다. 아직 병이 중해서 말을 잘 듣지 않을테니깐 두 로인네가 당하지 못할것이라고했다.
엄마, 아버지, 저의 눈을 보세요. 제가 환자인가? 저 환자 아니란 말이에요 왜 절 믿지 못하세요?
아버진  자꾸 의혹스러워하는 눈치인데,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저 불쌍한것이 아직도 자기가 병이 있는걸 승인안하누만, 언제 병이 나을가?
억이 막힌다. 심장이 멎을것 같다.
엄마, 나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래요? 딱 한가지만 들어줘요. 오빠 딱 한번만 보고픈데, 오빠더러 여기 한번 오게 함 안돼요?
아버지와 엄마는 서로 쳐다본다.
오빠도 제가 이렇게 앓는거 확인해야 맘 돌리고 원래 그 녀자랑 결혼할거 아니겠어요? 한번만 빌어요. 딱 보고싶어요. 두번 보자는 말 안할게요.
어이구, 병 들어도 단단히 들었구만, 어찌 제 오빠를 좋아해?
엄마는 넉두리 한다.그래도 아버지가 가슴 여리다.
현이야, 니가 정 소원이라니 한번 만나게 해주마!
고마워요 아버지! 나는 내심으로 기뻤다.문득 아버지의 머리가 유표하게 흰머리가 많아졌다. 가슴이 젖어든다. 눈에 눈물이 자꾸 솟는다.
울지마, 현이야, 아버지가 오빠를 꼭 보내마!
그렇게 아버지는 약속하고 갔다.
며칠후, 그가 왔다. 많이 초췌해졌다. 난 눈물이 났다.
현이야, 어찌 된거지?
오빠, 내 눈을 봐! 믿지? 나 정신병이 아닌거 믿지?
그는 내눈을 정시한다.
믿어. 어떡함 될가?
오빠, 날 데리고 나가 랭면 사먹이고 돌아온다고 간호원과 말해봐. 될거야!
오빠가 나이 지긋한 간호장과 말했다. 저애 랭면 너무 좋아하는데 데리고 나가 먹이구 오겠다고. 간호원은 우리 둘을 친 오랍누이인가 하는거 같았다.
도망쳤다 붙잡히면 나중엔 영영 못 나갈줄 알아요. 하고 간호장이 나에게 엄포를 놓는다.
알았습니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하고 난 약속을 했다.간호장은 오빠에게 믿겠으니 어찌하나 환자를 도망치지 못하게 잘 감시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오빠는 약속을 했다.
약속과 믿음이 상황에 따라서는 수면에 이는 물거품같은것과 다를바없는것인줄을 나는 그때 실감했다.그것은 약속이나 믿음이 아니라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한 시간이 흐르는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물흐르는 소리같은 그런 의미없는 것이였다.
그렇게 나온 우리는 먼저 식당에 가서 랭면을 먹은후 다짜고짜 대련행 렬차를 잡아탔다.그가 전에 대련에서 해군부대에 근무한적이 있어 대련에 대해 익숙히 아는것도 있지만 거기에 친구가 있었던것이다.
그렇게 우린 범의 굴에서 뛰쳐나왔다.
대련에 도착한 첫날, 우린 민박을 잡았다.
왜 친구를 찾지 않죠?
오늘은 여기서 하루 휴식하고 내일 아침 일찍 보여주고싶은것이 있어.그리고 친구를 찾자!
어머, 뭘 보여줄려구?
그가 내 어깨를 부여잡고 가까이 앞으로 당기더니, 내 눈을 들여다본다.
지금 니 눈동자에 내가 들어있어.
오빠 눈에도 내가 있어!
널 첨보는 순간, 난 이건 운명적인 만남임을 절감했어.
저두 오빠 보는 순간, 이 인연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니가 하늘끝에 간다해도.
오빠가 땅속에 숨는다해도.
우린 령적으로 통하니깐!
그쵸?
사랑해!
그 말을 하면서 오빠는 두손으로 내 얼굴을 받쳐들고 천천히 내 입술을 포갰다.
나는 두손으로 오빠 허리를 감으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밤에 나는 꿈을 꾸었다
꿈에 오빠와 그 편집선생하고 옥이 그리고 나 이렇게 네사람이 만났는데, 편집선생과 옥이가 저쪽켠에 물러나며 오빠와 내가 옛날의 작은 밥상에 마주앉아 와인을 마시게 했다.
우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는데 문득 편집선생이 저쪽에서 우릴 보며 무슨 이야긴가 하기에 거기에 집중했다.
0거리란게 뭔지 아세요?
듣던 말인데 그게 뭐지?하고 내가 생각중인데 그가 말을 이어갔다.
0거리란건 말입니다, 갖난 아기가 이렇게 구들에 누워있을때, 그 아기가 천정쪽에 있는 할아버지를 쳐다볼때, 할아버지와 아기의 마주치는 눈길, 그것이 곧바로 0거리라구요.
어머, 나도 언젠가 어느 책에서 그런걸 보았어요. 하고 난 마짱구를 쳤다.
술잔을 들고 마주 앉아 가까운 거리에서 오빠의 그 깊고 서글서글한 눈을 들여다보며, 오빠와 나의 눈은 서로 마주치고있었다. 우리의 눈길은 서로 부딫혀 하나가 되여있었고 오빠의 숨소리를 내 심장은 듣고있었고 오빠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 감성은 깨여있었다.
날 한창 깊게 들여다보던 오빠가, 문득 날 휩싸안는다.
꿈에서 조차 난 남의 눈길을 느꼈다. 꿈에서조차 난 여자의 체면을 지키려한다.
편집선생이랑 보고있는데 이러지 말아요. 하며 내가 밀치자,
그네들이 눈치를 알고 자릴 비켜주었잖아? 그네들도 다 알고있는데 뭐, 자 어서와, 하고 오빠가 날 바짝 끌어안는다.
이럼 안되는데, 하며 몸을 탈다가 나는 꿈을 깼다.꿈치고는 너무도 생생한 꿈이였다.
0거리, 그리고 오빠와 나…
깨여보니 오빠가 날 한창 흔들고있었다.
어서 깨여나…
어머, 남의 달콤한 꿈을 깨게 하면서….
날 담쑥안으며 깊은 키스를 해주면서 이것보다 더 달콤했어? 오빠가 그런다.
응!
그러는 나를 오빠가 머리를 탁 쥐여박는다.
난 오빠가슴에 머리를 한참 묻고있었다.
이러고있을사이가 없어, 어서 옷 입고 나갈 차비 해!
카텐을 여니, 창밖은 아직 어둡다. 어머 새벽 네시도 안됐잖아?
임마, 너 잔말 말구 날 따라! 보여줄게 있다고했잖아?
갑자기 언뜻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는것이 있었다.
와! 오빠 날 바다 일출 보이려구 그러지?
그래, 우리 현이 이렇게 똑똑한 앤줄 몰랐다!
와, 나는 오빠를 부둥켜 안았다. 그가 날 안고 한고패 빙 돈다.
바다를 여직 본적 없는나, 바다는 어떤 느낌일가? 그리고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어떤 모습일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하는 바다일출…아, 나는 마음이 급해진다.
택시를 타고 강변고속을 따라 대련시내를 반고패 돌아서니 앞에 공원입구가 보이는데, 아직 새벽이라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우린 곧추 들어서서 올리막을 차를 몰고 올라갔다. 올라갈수 있는데까지 차로 올라가서 일출을 맞울수 있는 위치를 가늠해보았다.내가 보고픈 일출이란 앞에 아무것도 막히지 않고 가없이 틔인 바다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그런 바다 일출이였었으니깐.
섬세하고 까근하고 실수한점 없는 타입의 준이씨는  이런 일에 참 안성맞춤한 믿어도 좋은 사람이였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그는 이 모든것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해낼수 있는 사람이였다.
어둠이 서서이 바래가고 처절썩이던 파도소리도 잦아들기 시작했다.바다 저쪽 마주켠 하늘이 가슴 서리게 붉어온다.저려오는 이 가슴, 하루의 해가 떠오르는것이 이처럼 크나큰 절차를 밟아야 함을 눈으로 보지 않고서야 누가 알랴.
동녁 하늘이 훤히 밝다. 하늘 절반이 붉게 붉게 타고있다.안개인지 바다인지 구별하기 힘든 머언 곳으로부터 어느 한곳이 눈에 선병하게 진붉다. 해가 떠오르려나보다.그걸 숨 죽이고 지켜볼려니깐 이 세상 전체가 숨 죽인듯 고요해나고 마음이 차분해나고 정적 고요가 마음에 깃든다. 내 숨소리가 클 정도로 내 마음과 내 정신은 평안을 느꼈다.
서서이 먼 수면으로부터 진붉은 점이 점점 커지며 내 령혼을 비춘다.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해서 옹근 둥근 해가 수면위에 다 모습을 보이기까지는 실은 몇십초 걸리지 않았으련남, 그 순간들이 나에게는 한평생 가슴에 각인될만큼 인상적이고 길었다.
드리여, 해가 모습을 다 드러내고 수면에서 떨어져 솟아오르는데 그 떨어지는 찰나가, 나에겐 일출의 그 무게가 세상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내 가슴의 바다에도 일출이 솟고있었다.
며칠동안 우리는 친구집에 눌러있다가 인차 세집을 맡았다.오빠는 친구가 다니는 회사에 나가 보이라를 때는 일 맡았고 나는 어느 개인 식당에가서 국수나르는 일을 찾았다. 이 모두를 친구가 도와나섰기에 인차 찾은것이다.사업단위에서 책상머리일을 하다가 보이라를 때는 오빠, 그 곤혹도 곤혹이지만, 직장에서 이즈음 오빠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적은 두고있는지, 그냥 해제해버린것은 아닌지, 오빤 그 모든걸 다 제쳐놓고 자기의 사랑을 지키려하고있다.
그 친구는 오빠가 시골에 집이 있을때 한동네서 같이 자란 친구였고 해군도 같이 나간 친구여서 절친했다.
그 친구는 나와 롱담이 지나쳤다.
오빠보다 겨우 반년 이상이면서 그 친구는 날 처제라고 불렀다.
처제, 실은 나도 처제가 인상 있소, 전에 어릴때 방학이 되면 우리 마을에 놀러왔었잖아? 그때 난 처제를 점 찍었는데, 저놈이 쌍불 켜고 덤비는 바람에 단념했다니까, 하하하…
자아식_
그렇게 우린 오랜 만에 통쾌하게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소문이 나가면 아버지 엄마가 여기까지 찾아올가봐, 친구 내외간이 증명을 서고 조촐하게 상을 갖추고 우린 결혼식을 올렸다. 친구 아내는 아련한 여자였는데 우릴 진심으로 잘 대해줘서 생각보다 난 편했다.결혼증서는 나중에 돌아가서 내야 했다.
그렇게 원하던 사람과 끝내는 이루어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였다.
난 준이씨 하고 그를 불렀다가, 선생님 하고 그를 불렀다가, 오빠 하고 그를 부르기도 했다. 그럴때면 그는 그러는 내가 귀엽다는듯 코를 비틀지 않으면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오빠, 내가 이렇게 멀쩡한데, 왜 다들 나를 믿지 않을가요?
그 상황이 너를 병이 있는것으로 판단하게끔 만들었겠지.
그래도 그렇죠.
오빤 어떻게 내가 환자 아닌걸 믿었죠?
난 네 눈을 보고도 알지만, 아니, 눈을 감고도 알아.
어떻게?
난 너랑 자기자신처럼 통하니깐!
오빠, 혹시 우리둘이 다 병이 있는거 아닐가? 둘다 병이 있어서 서로가 정상이라고 하는거 아닐가?
요 못된거!하고 오빠는 내 엉덩이를 철썩 내리친다.
그럼 뭐 그렇다구 치자!
뭐라니? 우리둘이 서로 좋다는데!
하긴뭐!
하하하…
호호호…
하늘아래 오빠와 나는 가장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부가 되였다.
이 시각, 병원안이 어떻게 난동이 일있는지, 큰 어머니네와 우리 아버지 엄마가 어찌 울고불고 난리를 일으키는지 내 알바 아니였다.
집안가까운 자식들이 결혼하는일이 이렇게 자식들을 정신병으로 내몰고 버릴만큼 그렇게 용서할수 없는 일이란 말인가?
안된다기에, 이루기 힘든 일이기에 어쩜 나의 사랑은 치른 그 대가에 못지 않을만큼 그 행복감도 가배로 큰지도 모를일이다. 나는 행복했다.
5
어느덧, 가을이 가고 첫눈이 내린다.눈을 보니깐 문뜩 고향생각이 난다. 엄마와 아버지는 흰머리가 많아지셨을테지? 큰 어머니도 많이 로문하셨겠지?
그것보다는 문득 언젠가 오빠가 집에서부터 일터가 있는곳을 갈때 도문역에서 내린적이 있는데 그때 입고왔던 두툼한 꽂무늬가 있던 외투가 떠오른다. 그 외투를 입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오빠와 나는 팔을 겯고 눈 내리는 거리를 인력거도 타고 산책삼아 걷기도 하면서 좋은 추억을 남겼던적이 있다.그때 우리는 아직 서로 고백하지 않은 상황이였고 오빠 동생 사이인것은 더욱 몰랐을때였는데 우린 그렇게 어깨 나란히 아름다운 산책을 했었다.
그리고 또 문득 아주 어렸을적 일이 생각난다.
딸 여섯하고 아들 하나를 낳은 큰 어머니는 롱으로 그러는지 진담으로 그러는지 한번은 그런 말을 해서 날 알뚱말뚱하게 했다.
아들은 내가 재간 피워서 난 애니깐 우리 나중에 리혼을 하면 당신은 딸 여섯을 다 가집소, 난 아들 하나면 되꾸마!
그때 난 그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큰 어머니에게 있어서 오빠란 존재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것 같다.
그런 오빠고 보면 난 큰어머니에게서 오빠를 뺏아아 오면 절대 안되는데, 난 빼앗아오고말았다.
점점 자라면서 오빠 모습이 기억에 희미해지긴 했지만, 대학교에 갔을때, 어느날 나는 꿈에 오빠를 보고 깨여나서 오빠를 너무 보고싶어서, 오빠가 있다는 부대에 편지를 썼었는데, 지금도 그 편지가 오빠손에 갔는지 안갔는지 모르고있다. 그말을 나는 지금껏 오빠에게 한적이 없다. 너무 무엇해서.
이상도 하지, 왜 륙촌오빠가 그렇게 그리웠을가? 잊고있었다고 생각했던 오빠가 왜 대학생시절에 그렇게 갑자기 찾고싶어진거였을가?
그리고 기이하게도 난 나중에 오빠를 만났고 좋아하는데까지 이르렀으면서도 그이가 바로 그 오빠임을 왜 알아보지도 못했을가?그러고보면 오빠와 나는 갈라질래야 갈라질수 없는 인연인것 같다. 근데 왜 하필 친척이란 끈은 달아주어 사람을 이렇게 고달프게 할가? 이것도 전생에 지은 업보탓이렸다.운명으로 받아들일도리밖에.
그러던 어느 하루, 오빠 친구가 찾아왔다. 기색이 침울하다.
어떡할거야? 너 집에 일이 생겼어!
무슨 일?
널장이 뚝 떨어지는 소리가 가슴에서 들려온다.
너 엄마가 뇌익혈로 들어누우셨어! 네 동생이 보살피긴 하는데, 널 자꾸 찾는다는구나!
오빠는 표정이 굳어지고있었다.
그리고 제수에게도 나쁜 소식이 있소.하고 그가 날 응시한다.아버님이 돌아가셨소.
아버지가 돌아가시다니? 아니, 내가 아버질 돌아가시게 만들었단 말이지?
이건 실로 받아들이지 못할 현실이였다.내가 떠난후로 아버진 앓아누우셨고 늘 나를 외우다가 끝내 보지 못하고 세상 떠나셨단다. 내가 이 말을 들으면 돌아가 다시 오지 못할가봐 말 안하고있었다나…
난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날 어떻게 귀엽게 키운 아버진데? 날 맏딸이라고 얼마나 이뻐해준건데? 늦게 장가가서 집안에 오랜만에 태여난 아기라고 서너살 되자 벌써 안고 다니면서 장춘에 출장가도 안고 가서 고모집에 뒀다가 올때 데려오구 했다는 나의 아버지다.그런 아버지에게 이게 얼마나 못할 짓인가? 하지만 사죄드릴수도 없는 마당에 난 아버지 산소에라도 다녀와야 했다.
가면 돌아오지 못해! 가지 마! 오빠가 말했다.
오빠, 오빠도 가면 오지 못해요, 하지만 가야 할것 같네요. 난 큰 어머니도 우리 아버지처럼 오빠를 외우다가 보지도 못하고 세상 뜨실가봐 겁나요. 그러면 안돼요.
그말에 오빠도 그 친구도 다 숙연해졌다.
가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온밤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우리들인데, 인제 갈라지면 다시 만날수 있으리라고 장담 할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번엔 우리 둘이 다 정신병원에 갇힐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온밤 토론한끝에 우린 이렇게 약속했다.
나는 산소를 알아내가지고 누구도 몰래 산소에만 다녀오구, 오빠는 큰엄마 보러 갔다가 정황보며 아무때든 돌아오자고 그렇게 약속을 했다.우린 내일 떠나기로 했다.
어쩜 이밤이 오빠와의 마지막 밤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내 심정을 절실하게 했다.
난 전등을 끄고 초불을 밝히고 와인 한병 뚜껑을 열었다.
오빠, 우리의 리별은 잠간이에요. 만남을 약속하고 하는 이별이니깐 오빠, 표정을 푸세요. 네? 선생님?
오빠는 나를 담쑥 안더니 꼭 끌어안는다.
어찌되였던간에 꼭 만날수 있을것이다. 우리의 정이 이렇게 깊은데 하늘이 그걸 못본척 하겠니?
그럼요. 자, 우리의 사랑을 기리여….
우린 잔을 마주쳤다. 눈빛을 마주쳤다.이어 가슴을 마주쳤다. 우린 둘이면서 하나이듯 그렇게 통했다. 심신이 하나가 되고있었다. 초불이 타서 초물이 녹아내리고, 와인향이 집안을 서서이 채우고있었다.
6
그렇게 간 오빠는 다시 내곁으로 오지를 못했다.큰 어머니는 식물인처럼 꼼짝을 할수 없는데, 오빠가 큰 어머니의 손발이 되여주어야 했다. 그많은 딸들이 시집갈건 시집가고 출국할건 출국하고 학교갈건 학교가고 곁에 손발이 되여 도울 사람이 없어서 오빠는 끝내 눌러앉고말았다.
오빠가 누워 앓는 큰 어머니에게 현이를 데려오면 받아줄수 있냐구 물었더니 큰 어머니는 그 상황에서도 도리를 젓더란다. 세상에!
이런 소식들을 알고나서 나는 더는 오빠 친구가 있는 대련에 있고싶지가 않았다.이 세상에 날 아는 사람이 없는 구석진곳에 숨어 살고싶었다.나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해에 갔다.가면서 나는 오빠의 친구분의 핸드폰번호를 달라해서 갖고갔다. 혹 오빠와의 인연이 다하지 않아 또 만날 수가 있다면 그분과의 연계는 이어질수 있어야 했다.
상해 역에 내리는 순간, 바다를 보았을때처럼 난 또 탄성이 나갔다.영화에서 보았던 그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노라니, 세상은 내가 알고있는것보다는 훨씬 더 크다는걸 절감했다.동방명주의 그 찬란한 빛을 보면서, 그리고 그 옛 상해의 모습을 고이 간직한 아빠트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과 꼭 같이 이 모든걸 다시 여유를 갖고 감상할것을 속으로 다지고또다졌다.
상해에 간지 삼년만에 나는 이미 년수입이 10만이 되였다. 학교때 배운 전업이 재회였던 나는 어느 합자기업에 발을 든든히 붙였다.그 삼년간, 나는 혼자이면서도 둘이였다. 오빠가 곁에 없었지만 내 마음 깊은곳에 늘 함께 있는 오빠때문에 나는 외롭지가 않았다.혼자 있는 시간은 늘 오빠와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나는 오빠소식을 물었다. 오빠 친구는, 큰 어머니가 요즘 내일일가 모레일가 한다고 했다. 그말을 듣고 난 지체할세라 회사에 청가를 맡고 큰 어머니가 계시는 연길로가는 차표를 끊었다.
큰 어머니를 보는 순간, 전의 그 이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부쩍 마르고 조글조글한 모습이여서 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큰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하고 나는 빌었다. 큰 어머니가 손을 들어 내손을 잡을 의향을 보이자 난 큰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이도 눈물을 흘리셨다.
용서해주는거죠?
큰 어머니는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큰 어머니는 편안한 표정으로 떠나셨다.난 끝내 그이한테서 며느리로 인정을 받았다.
큰 어머니의 인정을 받는것이 그이의 전생을 걸만큼 그렇게 그이와 나에겐 무거운 사연이였던거보다.
장례를 치르고 친정에 가보니 엄마는 내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우신다.
못된 년!
그래요 엄마, 나 못된 년이에요.
하고 나는 울었다.
왜 그러셨어요? 왜 정신병원에 절 넣었어요?
그땐 난 니가 진짜 정신이 돈거라고 생각했다.
엄만 그렇다치고 의사는 왜 절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요? 절 보면 정상인인것을 알건데?
글쎄, 나도 모르겠다. 딸애가 머리가 돌아서 입원시켰으면 한다고하니 인차 시켜주더구나! 아니, 혹은 니가 진짜 머리가 돌았다가 지금 병이 나은거 아닐가?
엄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신다. 어쩜 엄마말이 맞을수도 있겠다! 어쩜 내가 경한 우울증 증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사가 펀펀한 사람을 넣었을가? 건 너무 무서운 일이니깐!
암튼 상해서 잘보낸다니까 시름을 놓았다.언제 돌아가니?
인차 가야 하는데, 저 엄마, 나 오빠랑 같이 상해 가도 될가?
형님도 인젠 돌아가셨는데, 가도 되구말구. 인제야 누가 너희들 일을 막겠니?
그럼요.
나는 인제야 내 삶에도 한가닥 빛이 보이는것 같았다.암울하기만 하던 삶의 일상들, 언젠가는 오빠를 만날수 있다는 그 끈끈한 희망에 기대어 나는 견뎌왔다.
떠날 날이 박두해오는데 오빠는 요지부동이다.
오빠, 웬 일이세요?
현이야, 우리 여기서 살면 안될가?
너무도 생각밖의 제의다.
어떻게 상해에 발 붙인건데…
여기서 막일이나 하면서 몇푼 벌수 있는데?
나의 속생각을 언녕 읽었다는듯 오빠가 입을 연다.
년수입이 10만이면 거금이구말구, 헌데 난 형제들이나 부모님의 산소가 있는 여기서 보란듯이 너랑 행복하게 살고프구나.
그럼 어쩌죠?
그럼, 너만 상해 돌아가서 한 이삼년쯤 벌고 다시 돌아오는게 어때? 난 여기 있구!
아니, 오빠, 이래요 우리. 우리 둘다 상해가서 삼년 있다가 함께 돌아와요. 오빤 가서 아무일도 안해도 돼요. 난 그냥 오빠랑 한시도 떨어져 있고프지 않아요. 되겠죠?
그럼 그렇게 할가?
네 그렇게 해요! 우린 하나잖아요!
이렇게 돌아올 기약을 하고나서 우린 부모 형제들에게 인사를 하고 결혼증서도 내고 다시 상해로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길은 그 어디까지도 해살과 빛으로 가득했다.

                                2009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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