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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읽고

  • 김영춘
  • 조회 6996
  • 기타
  • 2013.02.21 16:03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읽고

지난해 가을엔 소설이 땡겨서 좀 찾아 읽었습니다. 그중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문체가 간결하고 함축적여서 처음엔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내용은 우리가 다 아는 리순신 장군님의 이야기이니 호기심도 덜했고. 그런데 일단 시 읽듯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하니 사흘만에 다 읽었습니다.
  왕의 유시는 미사려구(수식어)가 많았지만, 리순신장군의 장계는 수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칼의 노래』의 언어는 복합문이 없고 단문이 많았으며 매개 장절마다 10장을 넘지 않게 짧아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읽어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왜놈과 싸우는것보다 더 힘들었을 명군과의 싱갱이질(?)이 읽는 사람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억장이 무너지게 했습니다. 왜놈은 왜놈 방식대로 통쾌하게 싸워서 쫓아내면 그만인데 이놈의 진린과 유정은 썩둑 베여버릴수도 없고, 그걸 꾹꾹 참아내야 하는 리순신장군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임금은 또 이것저것 보내달라고 보채고…
  총적으로 (전쟁은 진짜 죄악이다. 적아 모두 무고한 목숨을 잃는 참혹한 풍경… 일본은 반성해야 하고 우리 민족은 강해져야 한다. 6.25와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난후의 생각입니다.
 
한국 작가 김훈의 소설『칼의 노래』가 준 여운이 너무 강해서 한동안 그의 다른 소설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런데 소설 <화장>과 장편소설『남한산성』을 읽고나니 마음이 너무 쓸쓸하고 허전해서 한동안 그의 소설을 멀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김훈작가의 다른 소설『내 젊은 날의 숲』과『현의 노래』…도 이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은 남아있습니다. 그만큼 김훈 작가의 소설은 사람마음을 끄당기는 그런 마력같은것이 있습니다.
아래는『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내용을 적어둔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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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있는가.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
                --- 책머리에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적에게 있을 것이었고, 적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나에게 있을 것이었다. … 사실 나는 무인된 자의 마지막 사치로서, 나의 생애에서 이기고 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 41페지

나는 임금이 가여웠고, 임금이 무서웠다. 가여움과 무서움이 같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임금은 강한 신하의 힘으로 다른 강한 신하들을 죽여왔다. ---64페지

임금은 울음과 언어로써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언어와 울음이 임금의 권력이었고, 언어와 울음 사이에서 임금의 칼은 보이지 않았다. 임진년에 임금은 자주 울었고, 장려한 교서를 바다로 내려보냈으며 울음과 울음사이에서 임금의 칼날은 번뜩였다. 임진년에는 갑옷을 벗을 날이 없었다. 그때 나는 임금의 언어와 울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 231페지

밥-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새없이 밀어닥쳤다. 먹든 굶든 간에, 다만 속수무책의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되지 않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끼니들이 시간의 수레바퀴처럼 군량없는 수영을 밟고 지나갔다. …싸워서 먹을 수도 없었고 백성을 지키지 못한 군대가 백성들로부터 얻어먹을 수도 없었다.  --- 232페지

진린은 적과 알맞은 거리에 떨어져서 전쟁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부스러기들을 이득으로 챙겨서 돌아갈 것이었다. 임금은 이 진린을 나에게 보내왔다. … 나는 이런 방식으로 전쟁이 끝나는, 이 세상의 손댈수 없는 무내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날 밤, 나는 혼자서 숨죽여 울었다.  --- 329페지

진린: “통제공, 적은 어차피 물러갈 것이오. 너무 몰아치지 마시오. 필요한 것은 적의 머리통이요. 아시겠소? 허나 죽이지 않고서야 머리를 벨 수가 없으니…”    --- 346페지

서울의 명군 총병부가 보낸 형리가 고금도 수영 마당에서 진린의 부관 두 명을 참하던 날, 조정에서 임금의 유시가 도착했다.
“한 싸움에 대하여 두 건의 다른 장계를 받으니 착잡하다. 대국을 섬기기란 이토록 어려운 것임을 너는 알라. 허나 스스로 공을 줄여서 천병의 장수를 옹호하는 네 마음이 어여쁘다. 전쟁은 언제 끝나려느냐. 어느덧 가을 기운이 서늘하고 떠도는 남쪽 백성들은 올해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데, 저 창궐하는 적들을 내 어찌해야 하겠느냐.”    ---349페지

들리지 않는 사랑노래--- 이길 수 없는 졸음속에서, 어린 면의 젖냄새와 내 젊은날 함경도 백두산 밑의 새벽 안개 냄새와 여진의 몸 냄새가 떠올랐다. 멀리서 임금의 해소기침 소리가 들리는듯했다. 냄새들은 화약연기에 비벼지면서 멀어져갔다… 선창 너머로 싸움은 문득 고요해 보였다.
  세상의 끝이… 이처럼 … 가볍고…또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 … 이 세상에 남겨놓고… 내가 먼저 … 관음포의 노을이… 적들 쪽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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