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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을 바르게 살기 위해 분단의식 극복해야

  • 김형효
  • 조회 3002
  • 2005.09.05 21:59
- 문화적 결합을 통해 통일조국으로 

 
 
 
인간은 근본적으로 하루하루를 창조적 상황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것만이 창조라고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나서부터 인간에게 있어 너무나도 소중한 의미의 평화가 존재의 그늘을 간직하는 것조차 어려운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은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인간을 끊임없이 재창조해 가는 과정을, 고통과 좌절로 이끌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면서 창조적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인간이라면 그것은 시지프스의 돌처럼 반복되는 창조적 욕구의 드러냄일 것이다. 그러한 욕구의지를 진정으로 의미 있게 하고 사는 것은 평화로운 삶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가 못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불안한 하루 하루에 급급해 하고 있다. 특히 민족분단의 현실을 간직한 한반도에서의 불안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불안한 날을 사는 우리에게 평화의식이야말로 더없이 소중할 것이다.

우리가 평화의식을 말할 때, 교과서적인 의미의 평화란 수식을 모르지 않지만, 그 평화의 실체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재앙과도 같은 것임을 깊이 인식하였으면 한다.

우리들 마음 안에 자리잡고 있는 분단의식이라는 악령은 우리 곁을 굳건히 지켜주고 있는데, 마치 집 지키는 개처럼 으르렁거리면서 마음 한켠에 똬리를 틀고 있다.

그렇기에 분단 반세기에 세월을 지나고 금강산을 오가며 나진·선봉 지구를 비롯한 다방면에 걸친 협력 속에서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분야에 교역량이 증대되고 있고 남·북한 정상이 만나 민족의 미래적 전망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색적인 이념공세가 정치판에서 난무하고 그것이 사회에서 방관, 방치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필자는 바로 그런 점들이 우리가 극복해야할 분단의식이며 이는 우리의 문화지수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만경대 방명록 사건을 보라. 그 사건에 대한 수많은 견해들이 있겠지만, 본인은 장래적으로 보아서 우리가 통일로 가는 길에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한 일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통일을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겠지만 남한에도 북한에도 우리가 바라는 통일에 대한 스펙트럼은 다양하고, 그것을 내비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런 점에서 극단적으로 양립하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라도 좀 더 정밀한 입장으로 대처해 나가실 것을 청하는 것이다.

그것은 통일운동을 하는 우리들에게조차 내재되어 있는 분단의식을 극복하고 통일의식(평화의식)으로 나아가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점에서 스스로를 무장해제 시켜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195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도미니끄 삐르" 신부님의 말씀은 몇 번을 되풀이 새김질하여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된다.

"평화는 포성의 침묵 이상의 것이다. 전선에서 총성이 그쳤다고 평화가 온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손의 무장해제가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무장해제라는 것을 누구나 다 느낀다. 무기를 내려놓아도 적의를 품은 채 있는 두 개인이나 두 공동체 사이에는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한번을 바르게 살아내기 위해서 반드시 기억해야할 평화의식이 아닌가 생각되어 인용하였다. 많은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 이 말씀은 우리가 통일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들 마음속의 무장, 다시 말해 분단의식을 극복하는 것이며 우리가 참고 견디어야할 것은 무엇인가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말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적의를 품는 마음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그것은 정신과 행동의 양측에서 민족을 생각하고 평화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문자답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우리 스스로 알아낼 필연성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이러한 시급한 문제의식의 바탕에서 우리의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풀어나가지 않는 한, 삶의 전면적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평화를 구가할 수 없는 가련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연극 <나, 김수임>을 관람한 적이 있다. 극중 주인공 김수임은 말한다.

"나, 김수임은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적이 없다. 나는 한 여자로서 기구한 탄생과 외로움이라는 철창 속에서 빛나는 수선화이길 바라지도 않았고, 대단한 야망을 가진 신여성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여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꽃 빛으로 빛나는 삶에 대한 기대도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이다."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한 여성의 삶을 이데올로기라는 양극단의 가면을 쓴 유령은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연극에서 김수임이 말하는 하소는 한 개인에게 머무르지 않고 분단의 장막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 모두의 하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동족끼리 싸우는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거나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해방공간과 분단상황이 현재적 역사의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가를 많은 시인들이 보여주었지만, 필자는 오늘 시인 이동순의 "철조망 조국"이라는 시편을 소개한다.


<철조망 조국>

산이란 산도
꼭대기엔 모두 군대가 들어서고
바다란 바다도
알짜배기 바다는 온통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으니
참담한 마음이 되어
혼자 터벅터벅 걷노라면
어느 틈에 발걸음 막아서는 미군부대 벽돌담
담 위에는 V자로 가시철조망도 둘러쳐 있구나

NO TRESPASSING!!
접근하는 자는 무조건 발포함!!

도대체 이 땅이 뉘 땅인가
땅 위의 철조망
마음속 저 철조망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한
이 땅은 결코
완전한 내 조국이 아니다 - 전문 -


우리는 이렇듯 온전한 조국 위에서 풀 냄새 진하고, 흙냄새 진한, 조국의 향기를 다 누리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것은 신탁과 반탁의 양분된 의식에서부터 비롯된 역사적 산물이었음을 익히 알고 있다. 1945년 8월 15일은 민족사적 여명기였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 속에서 분단을 가져오는 계기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양분된 민족의식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민족적 현실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고리를 반세기가 지난 아직까지도 끊어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오늘 독백 같은 김수임의 대사나 이동순 시인의 시편을 소개하면서 우리들 내면에 뿌리깊게 잠재해 있는 분단의식을 극복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민족을 인식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간곡히 제안하며 우리가 하나된 민족의 구심을 회복하는 그날을 위해 앞으로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교포들의 문화적 소통을 위해 그리고 우리 스스로 교포들과 민족의 공통적 체질을 간직하고 있음을 인식해나가는 바탕으로 하여 민족에 대하여 보다 깊이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 그 동안 다져온 문화적 내성을 바탕으로 하여 보다 더 진지하고 폭넓게 문화적 소통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느 만큼 기회가 주어질지는 모르나 기회가 주어지는 한 많은 부분에 대해서 문화통일의 심정으로 기여하도록 힘써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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