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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24호선 도보순례! 다섯째날...,

  • 김형효
  • 조회 3350
  • 2006.11.27 23:07
<아! 찬란한 섬진강 물빛을 따라 내 마음 맑히며 살아갈 수 있다면,>

지리산에는 운무가 내리고 나그네는 남원골 춘향의 품에 안기고
길을 나선 나그네의 심사를 다독이기라도 할 것처럼
애처롭게 내리는 초겨울 비를 밟으며 길을 나섰다.

애처롭게 내리는 비를 피할 요량으로 근처 하나로 마트에서 접이 우산을 준비했다.
아침 9시 숙소를 출발했지만, 순창읍내를 빠져 나온 시간은 9시30분 쯤 되었다.

순창읍을 벗어나 작은 고개를 넘어서자마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는 마을에도 아픈 격구가 나붙어 있었다.

이틀 동안을 아껴온 체력 덕으로 조금은 안정감 있는 느낌을 갖고 길을 나섰다.
어제는 전날의 무리한 걸음을 만회할 겸 늦게 출발했고 18킬로미터만 걸었다.
오늘은 춘향 골 남원까지 28킬로미터를 걷고, 내일은 함양까지 도달할 생각이다.
일이 늘 뜻대로 되지는 않지만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 일이 조금은 안정감을 준다.
사실 이번 여행이 쫓기는 마음을 갖고 하는 여행길은 아니지만 말이다.
여유를 회복하기위해 고독을 찾아 길을 나선 나그네가 아닌가?

순창읍내로부터 3~4킬로미터를 걸었다.
시간은 10시30분쯤...,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할 요량으로 섬진강 길가에 식당을 찾았다.
며칠간의 경험에 의하면 식당이 보일 때 식사를 해야 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당에 짐을 풀어놓고 식사 준비가 늦어 언제쯤 되느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걸린다면서 혼자인지 둘인지 물었다.
혼자라고 했더니, 2인기준 12,000인데 혼자 식사를 할 것이냐고 했다.
조용히 자리를 물러섰다.
나그네 여행길에 노잣돈을 신경 써야할 일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

맑은 물빛에 그림자진 산 그늘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사람의 마음들이 날로 상업 자본주의에 길들여지면서
혼자 길가는 나그네는 밥도 편히 먹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이르니 많이 안타까워진다.
그나마 날 위로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니...,
섬진강 물빛에 신선함을 느끼며 마음을 다독인다.
저 물빛처럼 맑히며 살아가야 할 것을...,
무엇하며 살자는 인생인지 오늘도 내일도 나의 사색은 멈출 수 없이 내일을 향해 가리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저렇게 비추어지리라!
다만 의식과 무의식의 경게에서 그저 방황하는 나그네길처럼 종잡지 못하고 있으리.
그러니 삶이란 얼마나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할 일이겠는가?
저 물길을 따라 날개짓하는 새도 때로는 자신을 저 물속에 비추어 보지는 않을지...,
때로는 괜한 생각에 젖는 나그네의 삶이 삶의 이상적인 덕목이기도 하련마는...,

길을 걷는 여행자에게 대강 10km라는 문구는 만면에 웃음을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강은 순창군에 있는 대강면의 이름이다.
멀리 고갯길이 나오고 그 길을 향해 가는 데
앞서가던 승용차 한대가 잠시 멈추어 깜빡등을 켜고 있더니 곧 사라졌다.
담양에서 순창을 향해 오던 길에도 승용차 운전자가 관심을 보이며 손짓을 해주었다.
격려의 손짓이었다.

다시 길을 나섰다.
어디 식사할만한 곳이 없을까?
주유소라도 좋다.
커피에 간식이라도 먹고 가고 싶을 만큼 조금은 배가 고프다.
허기에 찬 느낌은 아니지만, 걷는게 노동인 듯 느껴진다.
그때 귀에서 날 불러 세우는 이가 있었다.

혹여 띠동갑내기 모임에 친구는 아닐까?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올 겨울에 해남 땅끝까지 도보순례를 하고자 한다며
몇 마디 묻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근처에 편한 자리를 골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고 그도 좋다고 응했다.

나는 그의 차에 올라 차를 몰았다.
1km 정도 갔을까? 식당이 나왔다.
나는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는데 식사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도 점심 식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고
그가 우리 동갑내기임을 알수 있었다.
반가운 만남이다.
사실 차를 세워 내게 다가올 때 길을 지나던 동갑내기 친구가 나를 알아본 줄 알았었다.

그는 예술고에서 영화를 가르친다고 했고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안양에서 땅끝까지 도보 여행을 학생 3명과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순두부백반을 시켜 식사를 하고 짧은 5일째 경험을 이야기했고
안나푸르나 트레킹 경험을 조금 이야기했다.
그도 사실은 안나푸르나 여행전에 훈련으로 생각하고 계획한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식당에서 놀고 있는 어린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그들에 재롱을 보며 내가 말을 시켰고 그 재롱을 즐기며 휴식을 취했던 것이다.
이름이 채송아(6세)인 아이와 그의 언니는 수원에서 왔다고 했다.
할머니댁에 놀러온 아이였다.
어디가나 아이들이 밝게 다가오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나는 다시 길을 나서며 긴 휴식을 취했으니 조금만 더 채우자며
함께 동갑내기 친구의 차에 다시 올랐다.
가급적이며 정상적인 도보 여행을 하자며 1km정도 가서 내렸고,
그도 따라 내리며 나의 뒷모습을 찍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러라고 말하고 서로 교환한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다시 만날 기약이 있는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넘어서니 대강면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길을 걷고 걸으며 보는 농촌의 풍경은 풍요의 가을걷이가 끝나고
스산한 겨울 바람만 불어올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내년 농사를 위해 뒷 일을 하고 있는 어머니 같은 아주머니를 보았다.
굽은 허리가 살아온 세월의 사연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알고 있을 저 멀리 산등성을 보라!
아련히 하지만 분명히 그어진 저 하늘과의 경계선..., 산의 우듬지를 보라!
켜켜이 찬란했던 인생을 대변해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하지만 의연하다.
산세의 깊고 넓음 사이로 풍요로운 들판이 펼쳐져
풍요로운 삶을 반증해주는 순창과 남원의 경계에서 초겨울의 을씨년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그네도 풍요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지는 것이 붉지만, 오늘은 어둠 속에서 찾아온다.
더러는 삶에도 질곡이 찾아들듯이 자연의 이치에도 그와 같음이 있더라.
남원에 접어들며 나타나는 지리산과 어깨를 건 산들,
그 사이 사이에는 풍요로운 들판이 나그네의 발길도 은자적 발걸음으로 이끄네.

어둠에 깃든 남원에 도착해서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저녁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왔다.
길을 나서니 어둠은 찬란한 불빛 속에 감춰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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