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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지난 공연을 회상! 창작오페라 "無等둥둥"

  • 김형효
  • 조회 2654
  • 2005.09.05 20:37
- 오페라는 동양의 공연 양식이 아니다.
   

창작 오페라 무등둥둥은 1980년 광주는 빛고을이라는 한정된 도시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인류의 기원으로부터 유구한 역사적 공간에서 재현되었던 인류애의 복원 의지로 읽히는 장엄한 서사시의 한 대목이었다. 우리의 불온한 역사적 연장선에서 필연적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것은 79년의 부마항쟁과도 그 궤를 함께 할 뿐 아니라 4·19혁명과 4·3항쟁, 3·1운동 그리고 동학혁명의 재현이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양식이 존엄한 만큼 우리의 삶은 무한한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것이 역사적 당위에서 비롯되는 것만이 아니며 지역적, 계층적, 상황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우리에게 준엄하다.

그런 한복판에서 우리가 바라본 1980년 광주는 살아왔다. 우리의 몸과 살을 짓밟고, 몸과 살 안에 철근 뿌리로 박혀 들어와 우리를 억압해 들어오는 상황에 대하여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의 오감과 육감, 칠감(七感)을 작용시켜가면서 살로 피로 대응하였던 숭고미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예술적 양식이 어찌 불온한 역사현실에 대한 당시의 상황적 대응에 걸 맞는 아름다움을 따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예술적 양식을 통해 지난 역사에 대한 되새김에 나서는 것은 불온한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약속과도 같은 미래적 방어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운동이란 매우 중요하다. 지구촌의 수많은 인종과 국가에서 문화적 대변 양식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적 양식에 따라 인종과 국가별로 존엄한 가치가 있는 삶의 양태들에 대해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재작년 80년 오월 광주 19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창작 오페라 "無等둥둥"은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적 가치로서 인정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서구적 양식의 문화예술 행위인 오페라공연에는 한국적 토양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먼저 음악적 서사구조와 역사·사회적 서사구조가 완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월을 함께 울었던 우리 시대의 대표 시인이며 살아있는 인간 문화제들이 오월의 현장에서 당대적 삶의 현장에서 숨죽이며 몸부림쳐 울었던 노래들을 광주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로 재직중이던 故 조태일 시인과 광주대·조선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김준태 시인이 대본을 구성하여 만들어진 또 다른 오월의 대서사시가 바로 창작 오페라 "無等둥둥"이다.

이 오페라에는 조태일 시인과 김준태 시인, 신경림, 곽재구, 임동확 시인 등의 절창이 빠질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광주의 오월이 다시 문화적 양식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올바로 수용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적 가치가 결코 불온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것은 콘크리트로 내장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삶의 구조가 우리에게 문화적 페이소스를 제공해줌으로서 컴퓨터를 움직여 가는 소프트웨어의 위력만큼이나, 우리들 삶에 가치를 고양시켜 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이 오페라가 완성도 높은 노래로 구성되었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당위적 요구에 걸맞는 공연 자체만의 성과는 미흡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오페라라는 양식이 우리 문화의 조화에 익숙하지 못한 관람자적 무지에서 오는 엇갈린 시각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겠으나, 대본을 소화하는 공연 과정상에 문제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것은 소리의 고저에서 시(詩)의 음률이 주는 톤(tone)과 오페라 가수가 들려줄 때의 대사 전달 효과라든가? 고저의 편차가 엇갈려 나타난 것이다. 물론, 시를 이해하듯이 오페라 가수의 노래도 선명해지기를 바라는 관람자적 요구에서 비롯될 수 있는 요구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 오월이 우리에게 눈물로 가져다준 문화적 재생산의 당위적 요구는 오월 광주가 광주와 호남, 혹은 대한민국에 한정적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당대적 필연성은 이제 범세계적인 문화 양식을 통하여 오월 광주의 정신사적으로 숭고한 가치를 동반하며 우렁찬 하모니를 연출하며 울려 퍼졌음은 부인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지난 공연의 감흥이 나의 뇌리를 깊숙히 각인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당당하게 오월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들인지는 다시한번 생각해볼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가혹한 시련들이 아직도 청산되지 못하고 오히려 되살아나려는 망령적인 모습이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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