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푸른 물은 없고 흙탕물만 흘렀다 > 나의 문화기행

본문 바로가기

현재
나의 문화기행
나의 문화기행 < 현재 < HOME

두만강 푸른 물은 없고 흙탕물만 흘렀다

  • 김형효
  • 조회 2833
  • 2005.09.05 21:45
- 왜 같은 민족을 잡아서 내쫓느냐는 항의를 받다
   
 
 
다음 날 창 밖을 본다. 훤한 낮 빛인데 시간은 아침 다섯 시다. 한국시간 새벽 네 시, 한국에서 같으면 한참 세상 모르고 잠에 들어 있을 시간이다. 다시 잠을 청했다가 여섯 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삼십 분 후 식사가 준비된다고 해서 급하게 씻고 나니, 최 선생이 문을 두드린다.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아침 식사는 국물에 차려주었다. 나는 밀가루 말이 같은 아침을 정중히 사양했다. 그리고 물만두를 아침으로 대신했다. 오이김치, 배추김치 등이 곁들여진 물만두는 중국 돈으로 10위엔 정도라 한다. 이번에도 최 선생 부인은 5위엔만 받는다.

식사가 끝나고 커피를 한 잔하고 나니, 방을 예약할 때 함께 있던 조선족 여성이 아침 출근을 했다. 이름은 염아무개 씨이고 나이는 46세란다. 아들은 20세로 한족학교를 나왔으며 딸은 13세란다. 지금 아들은 공안국 보안과에 근무하고 있는데, 한어와 조선말을 할 줄 알지만, 조선말을 익히게 하기 위해 한국에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일본어, 영어까지 익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도문(두만강)역 역무실에 개표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했다는 그는, 내게 따지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왜 중국교포들을 잡아 내쫓느냐고 마치 필자가 그리 한 것처럼 말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는 밀입국 교포들 이야기였다. 그래서 여러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곧 수긍을 한다.

잠시 후, 김영춘 시인이 다시 찾아왔다. 건설은행 초대소의 조선족 식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전날 찍은 사진을 찾으러 사진관에 찾아갔다. 사진이 잘못되었다. 이미 촬영한 필름 위로 다시 재차 촬영이 된 것이었다. 참 황당한 경우다. 이중촬영이 된 것이다.

다시 두만 강변을 찾았다. 두만강의 푸른 물결은 없고 흙탕물만이 물결을 이루고 흐르고 있었다. 안타까웠던 것은 무산탄광에서 흘러든 물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비가 오고 파도가 거칠다. 가야하의 흐름이나 두만강의 흐름이 왜 이리 같은가? 필자는 순간적으로 가야하(伽倻河)라는 이름도 결코 우리 민족에게는 이국적인 것이 아닌 우리들의 것이란 것을 속으로 새기며 또 다른 의미의 한줄기를 오르고 있었다.

다시 찾은 두만 강변에서 마작놀이로 소일하고 있는 조선족 할아버지들을 보았다. 불과 10여 미터 전방에 둔 고향을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두만강 접경에 조선족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룸을 설치해두고 한복을 걸어 놓았다. 한복을 입고 조 강 건너 북녘으로 카메라 앵글을 잡아보라는 것이다.

"두만강여울소리"라 쓰여진 시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두만강을 가로지른 도문 국경도로(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저 멀리 아니 가까이 북녘에서 중국 쪽으로 트럭 한 대가 넘어오고 있었다. 김영춘 시인에 의하면 무역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실어오는 트럭이라고 했다.

두만강 접경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끝내고 다시 도문 시내로 향했다. 먼저 필름을 맡기고 연변자치주 내에서도 유명한 그래서 자치주 내 여섯 개 시와 현에 소재지마다 그 분점이 있는 진달래 냉면집으로 가서 시원하고 푸짐한 냉면을 한사발 시켜먹고 도문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한국에 이마트 보다는 규모가 작고 대형 수퍼마켓보다는 규모가 큰 것이었다.

잠시 후 김경희 시인과 통화하고 함께 만나기로 했다. 이십여 분 기다렸을까? 허겁지겁 달려오는 김경희 시인이 우리네 시골 누이처럼 거침없이 반기며 도문에서도 분위기가 괜찮은 다실을 찾아 안내한다. 사실 한국처럼 일반인들이 만나 자유롭게 담소를 나눌 공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다실을 찾아가는 것이 차라리 홀가분하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한국의 문화에 대해 그리고 도문의 시인들에 근황을 듣고 헤어졌다.

다음 연재에서는 김경희 시인과 김영춘 시인 등 도문 출신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그들의 소박한 작품세계를 감상하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또한 소박한 서정 속에 민족적 심성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음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Information
  • 사이트명 : 시사랑
  • 사이트 주소 : www.sisarang.com
  • 관리자이메일 : tiger3029@hanmail.net
  • 운영자명 : 김형효
  • Quick menu
  • Statistics
  • 오늘 : 390
  • 어제 : 560
  • 최대 : 18,497
  • 전체 : 1,22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