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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강에 신바람 분다 생명에 불 밝혀라!

  • 김형효
  • 조회 3091
  • 2005.09.05 21:56
금산용화에 '금강풍류전'을 가다

 

 
금산문화원에서 주최하고 좌도시동인회, 금산농악보존회, 금강풍류회, 용강개똥벌레보존회가 주관하며 충청남도, 금산군, 금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금산사랑(환경사랑), 문화 무크지 <삶꽃>이 후원한 '금강풍류전'이 8일부터 10일까지 금산군 제원면 용강서원 일대에서 개최되고 있다.

금산문화원 안용산 사무국장에 의하면 이번 행사는 제4회째를 맞이하며 생명의 의미를 더욱 확대하고 지역문화의 건전한 토양을 닦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나는 첫날인 지난 8일 밤 제원면 용강서원에서 개최된 '금강풍류전' 개막전상황과 소감을 밝히고자 한다.

뜻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국토의 전역이 문화재라 할 만하고, 90년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지역문화가 매체에 소개되기도 하고, 활발한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풍류전의 취지에 맞는 본격적인 행사는 청정구역인 금산군 제원면의 용화리에 소재한 용강서원에서 펼쳐졌는데, 이날 행사에는 지역민과 군수 그리고 지역의원을 비롯한 외부초청인사를 포함해서 150여명이 참석하였다.

금산군의 이번 행사는 먼저 생명을 기리는 반딧불의 의미를 참가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금산 반딧불이의 중요성 및 가치>에 대해서 농업과학기술원 김종길 박사의 강의로 시작되었다. 미래를 열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청강 태도는 참으로 진지했다. 이어 개똥벌레 탐구여행, 생명의 불과 함께 하는 뱃놀이와 축원시의 순서로 이어졌다.

행사는 해질 무렵인 저녁 6시 30분 용강서원 맞은 편에서 철선을 타고 건너와 사물놀이패가 그들을 맞으며 시작되었다. 길놀이를 펼치는 사물놀이 패를 앞에서 이끈 것은 생명의 불을 상징하는 반딧불이었다.

곧이어 김미숙씨의 해금 연주에 맞춰 초청시인인 고형렬씨의 시낭송에 이어 좌도시동인회 시인들의 시낭송 릴레이가 이어졌고, 곧이어 터 열음을 위한 생명의 춤사위가 펼쳐질 때는 초여름의 시름은 다 잊고 호젓한 호숫가의 적막 속에 펼쳐지는 한마리 나비의 날개 짓과 같은 유연한 춤사위에 남녀노소가 일체감을 보이며 춤사위의 움직임에 호흡을 멈추는 듯 했다.

이날 춤꾼은 박지운씨였다. 그의 춤을 보고 난 한 여성 참가자는 "남성의 춤사위가 어쩌면 저렇게 유연한가?"라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펼쳐진 서화와 함께하는 소리마당에서 해금 김미숙씨, 대금 이옥순씨의 가락에 맞춰 이종필, 유경식, 류기곤씨의 서화가 하얀 종이 위를 수놓을 때 참가자들은 정제된 마음으로 그들의 파격적인 손놀림의 절제된 창조적 상황을 보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곧이어 계속되는 해동검도회의 춤으로 푸는 신명마당은 일반적으로 살생의 도구에 다름 아닌 검무가 얼마나 예술적인 절제미와 투명한가를 보여주는 시범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과감하고 절제된 검무를 보면서도 탄성은 멈추지 않았다. 풍류전의 절정에 이른 듯한 느낌을 주었다.

행사의 마무리 순서로 공주에서 오셨다는 소리꾼 이걸재씨과 고수의 가락에 맞춰 금산 군수님의 내린 시제 용강를 받아 시모둠마당을 펼쳤다.

초청시인과 좌도시 동인 등 격의없이 펼치려 했던 것으로 판단되는 시 마당에는 뜻하고 생각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저 소리꾼의 가락에 젖는 느낌이었다.

나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시망을 펼치는 것도 보기 좋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던 차에 너무 저조한 듯해서 <용강의 백로>란 시를 써내려 갔다. 주최측에 죄도시 동인이 나의 시를 포함해서 세 편의 시를 낭송하였다.

그럼 주최측에 헌납한 시와 별개로 현장에서 부여받은 시제에 맞춰 쓴 시 한편을 소개한다.

용강

달도 없이 막막한 밤에나
깊은 절정의 고독을 발하는
반딧불을 볼 수 있으리.

고적한 밤길을 가다
용강 바라보니
백로 한 마리
산도 들도 몰래 앉는다.

내 마음의 들키고 싶지 않은
고독을 날개짓 하는
저 백로 한 마리
용강에 가득하다.

용강을 가득 채우는 산그늘처럼 맑은 용강을 떠 안은 사람들이 바로 금산 사람들이며, 그들 스스로가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맞이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 밤의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웠고 행사가 끝날 때의 뒷풀이는 또한 즐거웠다.

초행길이나 다름없는 내가 접한 금산의 밤은 용강서원을 비추는 반쪽 달을 가득 채워주는 데 모자람이 없었고, 그렇게 용강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며 언제 어느 때라도 금산에 사람들과 다시 어깨를 걸며 아리랑을 부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날 금산 사람들은 어느 지역의 어떤 문화 못지 않은 찬란한 문화적 향기를 느끼며 나름의 희열을 간직하였으리라 믿는다. 밤이 깊어지는 금산에 더욱 깊은 휴식을 느끼며 살아갈 사람들, 금산을 떠난 지 하루, 이틀만에 다시 금산 산그늘에 '금산풍류전'이 그립고 금산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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