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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마치 신선의 말법을 갖고 있는 듯이 읽힌다

  • 김형효
  • 조회 2601
  • 2005.09.05 21:21
- 염창권 첫시집 <그리움이 때로 힘이 된다면(?)>발간
 

그의 시집을 대하는 순간, 내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팽팽한 긴장 속에 내던져진 나의 육신의 혼을 절명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순간순간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대는 것이었다. 그의 시가 갖는 마력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의 시 고인돌에서 그의 잔잔한 물결같은 이야기로서의 언어사냥을 바라보자.

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두었다.
그의 귀가 밝아서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고인돌,전문>

시집 <그리움이 때로 힘이 된다면>에서 극적 긴장과 고조된 힘이 집중 되는 것은 바로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에 목마른 사람의 절규가 고성이 아닌 잔잔한 물결로 깔려 인적없는 산기슭에 고요함으로 넌즈시 다가온다. 그 순간 순간마다 절명처럼 진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시가 갖는 장점 중의 하나란 생각이다. 그러나 때로 그러한 이야기의 끝이 길고 긴 호흡을 보장하기는 하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그의 시집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간간히 섞여쓰는 한자어다. 긴축을 요하는 언어적 쓰임을 통해 그가 노리는 극적인 효과도 감안되었을 법하다.

다음의 시에서 우리는 그가 떠나는 길, 그가 사는 세상과 만난다.

그는 저 들판 속을 걸어간다.
지난 일이란 습관처럼 쉽게 잊혀지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떠나온 길조차 한사코 붙들어
돌아갈 길을 일러주는 것이니
어느 여름 거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을
미루나무와 까치 둥지 하나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 걸어왔던 그 길 위로
기억의 발자국들이 자욱히 돋아나 그를 기다리는지
겨울이 다 지나도록 가슴에 시린 물살이 흘러가는지
그는 늘 구부러진 채 하얗게 잠이 들더니
길가에서 자주자주 허리를 펴며 미루나무처럼 서보더니
이제 까치 둥지 하나 찾아
저 들판 속을 걸어간다.
강물에 잘 씻긴 삭정이들을 물어와
삐걱이는 마룻장을 얼기설기 손질하며
어린 새끼들의 겨울을 걱정했을
텃새들의 낮은 하늘로 어미와 아비가 날아오르고
그의 어린 형제들은 서로의 몸을 부비며
둥지 밖으로 머리를 내놓아 마을의 하늘로
접어드는 설핏한 저물녘의 귀가를 기다렸을
저 들판 속에 숨겨진 까치 둥지 하나.
그는 이제 이슥해진 마음의 길을 더듬어
들판 속을 걸어가고 있으니
끝끝내 그가 들판을 다 헤매어
까치 둥지 하나 찾아내지 못한다 하여도
그가 걸아간 발자국마다 풀꽃들은 피어나
텃새들의 고향길을 알려줄 것이니
서둘러 떠나고 또 길 위에서
저무는 이들을 위해
저들판 속에 숨겨진 까치 둥지 하나로
그는 살아 있으리니.

<저 들판 속에 숨겨진 까치 둥지 하나, 전문>

그는 허허로운 들판 같은 세상을 홀로 걸으며 상처로 길들여지는 삶의 순간순간을 까치 둥지를 찾아 오는 발걸음으로 맞이하는 듯 하다. 그래서 그는 시인이 치유하지 못한 현세의 세상을 자신의 발걸음으로 걸어 함께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삶의 여정을 샅샅히 훑고 지나가듯이 가족과 가족간의 삶의 풍경과 세상살이의 고단한 풍경들이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슷로를 치유하는 길에 들어서면서 또 다른 대상들을 치유하는 것도 잊지 않으려는 듯하다.

그렇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스스럼없이 치유하며 태연자약한 태도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속에 그린 명상 속에서의 평화를 찾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상처 투성이의 현세를 두루 아우름하는 그의 시집에 수많은 시편들에서 그는 마치 신선의 말법을 갖은 사람처럼 독백조로 때로는 푸념도 없는 푸념조로 소중한 삶의 길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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