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엄마 되던 날(외2수)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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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만강여울소리
  • 2007.04.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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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엄마 되던 날(외2수)
 
    * 김영춘


애기엄마 되던 날
난 엄마가 보고팠다

남편의 따스한 손
이마의 땀 닦아주어도
먼 곳의 엄마 손이 그리웠다
어릴 적 내 뺨도 때리던 손이지만
그 거칠거칠한 손이 그리웠다

애기엄마 되던 날
난 엄마가 생각났다

시어머님의 다정한 목소리
조용조용 아픔을 씻어주어도
먼 고향집 엄마 말소리 듣고팠다
- 춘아, 조금만 더 힘내
  엄마 될 애가 울기는...

애기엄마 되던 날
난 엄마가 너무너무 그리웠다
엄마의 포근한 숨소리가 그리웠다
엄마의 맑은 눈물이 그리웠다
맨 딸만 키우느라 고생 많던 엄마
외손주 안고 하늘만큼 기뻐할 모습 보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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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는 순간마다


젖먹이는 순간마다
나는 물이 된다

주고 주어도
더 주고만 싶은
샘터가 된다

하얀 사랑샘에 매달려
눈 한번 안깜박이고
쉼없이 젖 빠는 아가는
풀이 되고 별이 되고 사슴이 되여
작은 나와 큰 세상 이어준다

엄마 되는 길이란
내가 여위어지고
아기가 커가는
아프면서 예쁜 여행인줄
젖먹이는 순간마다
조용히 행복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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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맑은 물에 아기 몸 씻어준다
- 따스해요, 엄마
세 살 잡이 아들애 웃는 모습
초봄 잎새처럼 싱그럽다

- 이담에, 내 큰 담에
엄마 씻어줄게, 응?!
물장구 치며 즐기던 아들애
문득 엉뚱한 말 한마디로
내 콧마루 찡해나게 한다

이런 말 배워준 적 없는데...
아들애 볼에 내 볼 비비며
슬픈 참회 한 웅큼 흘려본다
나도 어릴 땐 엄마보고
이런 말 맹세처럼 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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