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위에 앉아서 / 조기천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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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시
  • 2007.01.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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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위에 앉아서(외1수)

      *조기천



나는 개울물과 이야기하노라
바위에 바위 돌에 돌을 지나
구름인양 내리는 개울물
딩굴어 달리며 쫓으며
무삼 이야기 그리도 기쁘뇨?

골짜기를 지나 바위를 뚫고
이곳까지 밤낮 달리였노라
어려운 앞길이 천리 또 천리
그래도 어느 때나 웃어 떠들며
한갖 믿음으로 깊어 흐르겠노라----

맑은 물줄기여
나도 너처럼 씩씩하리라
또 싸움의 길에 낭떠러지가 있으면
떨어져서 천야만야 창창 떨어져서
산산이 부서져야 된다면
내 서슴없이 뛰여들리라!

어느 때나 인민을 위해
너처럼 내 살리라
맑게
쟁쟁하게
줄기차게---

흰 바위에 앉아서
나는 개울물과 이야기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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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조기천

 오늘 저녁에도 휘파람 불었다오

 복순이네 집앞을 지나며

 벌써 몇 달째 휘파람 부는데

 휘휘 ... 호호 ...

 그리도 그는 몰라준다오

 

 날마다 직장에서 보건만

 보고도 다시나 못볼 듯

 가슴 속엔 불이 붙소

 보고도 또 보고 싶으니

 참 이 일을 어찌하오

 

 오늘도 생긋 웃으며

 작업량 삼백은 넘쳤다고

 글쎄 삼백은 부럽지도 않아

 나도 그보다 못하진 않다오

 

 그래도 그 웃음은 참 부러워

 어쩌면 그리도 맑을가

 

 한번은 구락부에서

 나더러 무슨 휘파람 그리 부느냐고

 복순이 웃으며 물었소

 난 그만 더워서 분다고 말했다오

 그러니 이젠 휘파람만 불 수밖에 ...

 

 몇 달이고 이렇게 부노라면 ...

 그도 정녕 알아 주리라!

 이 밤도 이미 늦었는데

 나는 학습 재료 뒤적이며

 휘휘 ... 호호 ...

 

 그가 알아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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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문학의 거성들-4-〉 조기천(1913.11.6∼1951.7.31)
시대와 함께 산 열혈시인
 
삼천만이여!
오늘은 나도 말하련다!
《백호》의 소리없는 웃음에도
격파솟아 구름을 삼킨다는
천지의 푸른 물줄기로
이 땅을 파몰아치던 살풍에
마르고 탄 한가슴을 추기고
천년 이끼 오른 바위를 벼루돌 삼아
곰팽이 어렸던 이 붓끝을
육박의 창끝인듯 고루며
이 땅의 이름없는 시인도
해방의 오늘 말하련다!
(머리시에서)

  장편서사시《백두산》(1947년)은 20세기 조선문학의 최대명작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있다.

  혁명시인 조기천은 언제나 사색하고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것을 좌우명으로 한 열혈시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멀리 씨비리로 간 그는 조국해방과 함께 귀국하였다.

  광복된 조국땅의 자유로운 현실과 밝은 미래를 시《두만강》(1946년)에서, 광복의 감격을 《을밀대에서 부른 노래》(1946년)에서, 력사적인 토지개혁을 《땅의 노래》(1946년)에서, 장편서사시《백두산》에서는 광복의 해빛을 삼천리강토에 비치여 개선하신 백두산의 호랑이 청년영웅을 격조높이 노래하였다. 남녘의 군민항쟁을 련시《항쟁의 려수》(1949년)에, 새조국건설에 나선 로동계급의 영웅적투쟁을 장편서사시《생의 노래》(1950년)에 담았다.

  조국해방전쟁시기 군복을 입고 락동강계선까지 간 시인은 《조선은 싸운다》, 《나의 고지》, 《불타는 거리에서》, 《죽음을 원쑤에게》 등의 전투적시작품들을 창작하였다.

  1951년 3월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이 조직되자 부위원장으로 사업하면서 대동강반에 자리잡은 작가동맹의 청사에서 서사시《비행기사냥군》을 집필하다가 붓을 둔채 미제의 폭격에 의해 희생되였다.

  광복후 그의 창작생활은 불과 6년이다. 그러나 그가 시문학발전에 남긴 업적은 너무나도 크다. 변천된 새로운 현실에 누구보다도 민감한 열정적인 시인이였을뿐아니라 전투적기백과 높은 열정, 풍부하고 세련된 언어로 시 문학의 새 경지를 열었다.

  그의 작품은 다른 나라말로 번역되여 널리 애독되고있다. 일본에서도 서사시《백두산》은 번역출판되고있다.(허남기역, 1952년 ハト書房, 1974년 太平洋出版社, 1987년 レンガ書房新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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