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언덕 / 노천명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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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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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언덕 (외4수)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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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끈 꺾어 보내 놓고

그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

늬 수정 같은 맘에



한 점 티 되어 무겁게 자리하면 어찌하랴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 버리련다

하늘보다 나무모양 우뚝 서 버리련다

아니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 버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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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해                                             

 

장미모양

으스러지게 곱게 되는 사랑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감히 손에 손을 잡을 수도 없고

속삭이기에는 좋은 나이에 열없고

그래서 눈은 하늘만을 쳐다보면

얘기는 우정 딴 데로 빗나가고

차디찬 몸짓으로 뜨거운 맘을 감추는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죠


행여 이런 마음 알지 않을까 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그가 모르기를 바라며 말없이

지나가려는 여인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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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같이                                               

 
큰 바다의 한 방울 물만도 못한

내 영혼의 지극히 적음을 깨닫고

모래언덕에서 하염없이

갈매기처럼 오래오래 울어보았소.

어느 날 아침이슬에 젖은

푸른밤을 거니는 내 존재가

하도 귀여운 것 같아 들국화 꺾어들고

아침다운 아침을 종다리처럼 노래하였소


허나 쓴웃음 치는 마음

삶과 죽음 이 세상 모든 것이

길이 못풀 수수께끼어니

내 생의 비밀인들 어이 아오


바닷가에서 눈물짓고...

이슬언덕에서 노래불렀소

그러나 뜻 모를 이 생

구름같이 왔다가나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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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닷돈짜리 왜떡을 사먹을 제도

살구꽃이 환한 마을에서 우리는 정답게 지냈다


성황당 고개를 넘으면서도

우리 서로 의지하면 든든했다

하필 옛날이 그리울 것이냐만

늬 안에도 내 속에도 시방은

귀신이 뿔을 돋쳤기에


병든 너는 내 그림자

미운 네 꼴은 또 하나의 나


어쩌자는 얘기냐, 너는 어쩌자는 얘기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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