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지는 새벽마당에 서면 / 송용구

  •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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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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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지는 새벽마당에 서면

      * 송용구

치자꽃 잎사귀에 서리는
새벽이슬을 모아
끓인 물 한잔 위에
내리는 먼지들을 받아 마시네

남루한 등줄기를 흘러
마룻바닥에 고이던 눈물들과

밤을 허릿춤에 붙들어매고
핏발 엉긴 손으로
빈 종잇장에 뿌린 낱말들이

살(肉) 깊은 곳에서
목숨의 자양으로 들리는 소리를
쓰르라미 노래처럼 가벼이
나 이제야 듣고 있네

별빛 지는 새벽마당에 서면
잊혀진 이름들이
물 잔에서 피어올라
치자꽃 마른 대궁을 적시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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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말하지 못하리라
 
          *송용구
 

단 며칠이라도

추위에

진져리쳐 보았는가?

 

굶주림에 몸서리치며

눈물을 마셔본 적 있는가?

 

가슴 쪼개어지는 아픔을

아파하지 않고서는

가난을 말하지 못하리라

 

누울 곳 없는 사람들과

시린 등뼈 맞대고

 
칼바람에 허리 잘리우는

새벽의 별빛을

주워보지 않고서는,

 
그 피 묻은 조각들을

끌어안지 않고서는

연민을 모르리라

 
눈물을

말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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