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에서 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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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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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에서 온 손님

김규동


40년만에
연변에서 온 친구의 누님은
이렇게 어지러운 서울에
어떻게 사느냐고
동생의 건강을 걱정했다
자랑스럽게
중심가 백화점에 안내했더니
망연자실 그 자리에 선 채
이 많은 물건이
다 어디에 소용되느냐
새삼 한탄했다
밀짚모자와 조선 부채 두어 개를 사들고 돌아서며
누님은 조용히 말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북간도에도 다 있다고
배고픈 사람이 없는 것이
우리 고장의 자랑이지
공해가 무엇인지 우리는 모르고 산다
휴가 때면
누구든지 백두산 관광도 가고
명절 때는
한복을 차려입고 춤도 추고
멀리 두만강 너머
조선땅을 바라보며 통일을 빈다고 했다
죽기 전에 다시 만났으니
서울에 함께 살자는 동생의 소원을 뿌리치고
송화갈벌 찾아 다시 떠나간 누님은
무사히 도착했다는 편지 속에서
간절히 적고 있었다
'네가 새벽에 나가 밤 늦게까지
피차 얼굴도 볼 수 없이
바쁘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
없는 것 없이하고 잘살려는
뜻은 알겠으나
그런 숨가쁜 삶은 우리의 삶이 아니니라
울타리도 없이하고 사는
연변의 드넓은 들과 하늘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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