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친구의 승용차편으로 점암에 와서 짐을 풀고 민박을 청했다.
민박집을 정하기 전에는 임자 농협에서 운항하는 철부선 매표소에서 간단한 취재를 하였다.
점암에서 지도까지 하루 23회 운항하는 철부선은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8시 30분까지 운항된다고 한다.
동계에는 22회라고 하는데 취재에 응한 철부선 매표소 안덕자 님은
광주 인근의 송정리에서 시집을 와 이곳에 자리잡고 살고 있단다.
그녀는 서울에서 신랑을 만나 나중에 이곳에 자리잡고 산지가 30년이 넘는다고 했다.
도시에 살던 기억을 갖고 이곳에 살기가 어렵지 않은가 하는 질문에
현실에 순응하는 지혜로운 답을 내놓는 그녀를 보며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아주 간단한 답, "살기 편하면 천국이지!" 천국이 따로 있느냐고 반문을 한다.
말문이 막히는 응답이다.
그래 요즈음 많은 현대인들은 그렇게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녀에게 임자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물었다.
인구 3,000명에 초중고등학교가 다 있다고 하니 꽤 규모있는 섬이다.
오늘 아침, 내가 초중학교를 다녔던 해제까지는 22킬로미터라는 데
난 그 길을 걸어야 한다.
민박집 주인은 차로가면 15분이면 된다며 왜 걸어가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인 모양이라고 하기에
나는 농담을 섞어 그러면 차타고 가지 걸어가겠느냐고 말했다.
잠시 함께 웃음을 웃다가 이내 안녕을 빌며 손을 흔든다.
어둠속에서 아침이 열리는 점암!
문밖에 서자마자 점암에서 울산가는 길 국도 24호선 시작점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약 40킬로미터의 길을 걸었다.
길을 걸으며 어린 초등학생, 중학생을 만나기도 하고...,
갯벌을 일구러 가는 어른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길을 따라 다시 중학교 다니던 길을 따라
그 길이 추억의 길이라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들이지만,
걸음을 재촉하며 길을 걸었다.
친구들과의 사연이 묻어 있는 길 위에서 나를 찾아가는 길이 이 길임을 새삼 절감한다.
바람이 세차다.
그렇다고 가다 멈출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자욱한 안개가 내 길을 막는 듯하다.
그러나 그 길을 피할 내가 아니다.
길을 걸으며 눈에 박힌 친구들의 발자욱을 따라가는 나를 본다.
금방이라도 내 등 뒤에서 날 불러 세울 듯한 친구들의 기억!
하지만, 그 길에 친구들의 모습은 없고 길가에 꽃들이 찬란하던...,
풀벌레들이 울어대던 자리에 나이들고 병들었거나
몸이 쇠약해져 돌아가신 님들의 흔적들이 빼곡하다.
그렇게 걷고 걸었다.
중간 중간 친구들을 만나 얼굴을 보기도 했고...,
나의 흔적을 훑어보았다.
내일은 장성 쯤에 다다를 수 있을지...,
오늘은 현경에서 멈춰섰다.
준비가 덜 되어 현경에서 시작되는 길을 내일로 미루고
무안에 친구집에서 여장을 풀었다.
24년여만에 만난 친구와 회포를 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