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천산행, 기천초보기행

  • 김형효
  • 조회 4095
  • 2005.09.2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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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일찍 몸을 일으켜 아침 밥을 지어 먹고
계룡산을 찾아갈 채비를 했다.
기천문 원장인 친구 김병권의 전화를 받고
기천문 원장들이 모여 주말 수련을 하는 계룡산을 찾은 것이다.
아침 싸늘한 날씨에도 새로운 체험을 위해 길 나섰지만
처음 가는 길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안영 톨게이트에서 아침 10시 대전의 아동문학가 우순남 님, 친구 김병권 원장이 함께
기천문 문주님을 찾아 계룡산에 도착한 것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기천문의 예법에 따라 문주님께 예를 올리는 데 참 보기 좋은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기천의 예를 배우지 못해서 불교식으로 일배를 올렸다.
처음 보는 이들이지만 경건함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사람이 누구나 누구나에게 경건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경건함 속에서 까다롭지 않고
경건함 속에서 복잡하지 않으며 그것이 거추장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참 좋은 것이며 적극 권장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서로 예를 갖추어 인사를 나눈 후, 문주님과 한 자리에 머물며
잘 우러낸 차를 마신 후 계룡산 중턱쯤으로 올라가 기천문 수련을 시작했다.
기본동작 네가지를 배웠지만 서투름 투성이인 내게
기천문 고수들의 수련 대열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며 부담인 자리였다.
하지만 그 넉넉한 경건함과 여유로운 경건함 속에서
자연스러운 입문자의 자세로도 편안함이 있었다.
동작 하나로 40분 이상을 버티는 그때
초보 수련자는 여섯 차레 정도 몸을 풀었다가 다시 시도하였던 듯하다.
다시 여러 자세를 번갈아가며 두시간여 동안의 수련이 끝났다.
수련 시간 내내 사람은 자신의 몸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까?
평생 동안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몸을 하고 산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몸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자신의 몸을 두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하지만 자신의 몸을 게을리하고자 하는 것도 인간 심성에 하나인 것을,
오늘 이 순간 부터라도 조금씩 스스로를 개선해야 할 일이다.
자신의 몸을 쓰는 데 가장 정성스런 태도는 아마도 절제된 자세가 아닐까?
침묵을 지키고 있는 몸, 그 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자세
자신의 몸과 자연스런 대화를 자주 나누다 보면 절로 침묵에 몸도 응답하리라.
자신의 의사대로 몸은 답할 것이다.
자신의 몸을 주체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침묵하고 있는 몸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몸과 대화를 나누고자 노력한다.
그것은 초보 기천문 수련자에게 기천문이 일러준 비법이다.
싸늘한 날씨에도 어떤 자세에서는 손에 훈기가 느껴졌고
어떤 자세에는 몸의 근육이 움직이며 화답했다.
이렇듯 작은 몸놀림에도 침묵하던 나의 몸은 금세 응답하였다.
기천문 문주님을 비롯한 여러 원장님들 감사합니다.
친구 김병권 원장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네.
계룡의 산줄기를 오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지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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