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바람은, 땅은, 수풀은, 시절은, 어머니다

  • 김형효
  • 조회 3669
  • 2005.12.0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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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나무 무용단 '파두' 작품 중의 한 장면    © 이재훈 

- 육십나무무용단의 ‘파두’, 존재와 비존재, 경계의 무의미성 무용으로 승화
 
김형효 
 

육십나무 무용단의 공연은 처음 보게 되었다. 모든 처음이 낯설지만 공연이라는 예술 양식은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낯설은 맛을 조금은 편안하게 한다. 그러나 공연 <파두>는 그런 편안함이 아니라 어머니 품속을 수영하는 태아의 체험을 가져다주는 듯 했다. 사실 세상물정에 젖어 사는 보통사람이라면 어린 티를 벗은 성년의 삶을 사는 세월에 흐름 속에서 이제는 그런 체험의 양식이란 허망 속에나 있는 것이리라.
 
공연이 시작되며 짙은 어둠 속을 찾아 헤매는 관람객들의 숨죽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찰나에 호흡을 멈추는 그 느낌은 모두가 일순간의 죽음을 표현하는 것이리라. 그 죽음 속에서도 평온했던 것은 객석을 죽여 놓고 어머니 몸속에 태아처럼 꿈틀거리는 배우의 몸짓에서 관객들도 하나 둘 살아나고 있었다. 긴장의 멈춤 속에 들려오는 음악소리, 그리고 그 음악과 춤이 하나로 엮어져 가는 과정에서 관객들도 자신의 호흡을 무대 위에 배우에게 내다 맡기는 순간 모두는 무념무상의 일체된 평화를 체험했으리라.
 
소리라는 것, 움직임이라는 것,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겉으로 드러난 것과 안으로 숨겨진 것들, 어둠과 밝음이라는 것, 희망이라는 것과 절망이라는 것, 상극을 가져오는 세상의 모든 시원이 태초로 이름지어지고 규정되지만 이제 그런 의미망마저 무참하게 짓밟히고야마는 순간이다.
 
태초의 시원을 보여주는 듯한 물 주름이 빛에 투사되고 그때를 맞추어 말미잘처럼 엉켜 돌아가는 무용수의 몸부림 속에 단 한순간도 삶이라는 공간에 놓여진 생명체가 멈춤 수 없는 꿈틀거림을 보여주었다. 무용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조주의 모습으로 온 우주를 압도해 나가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카리스마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생한다는 것, 멸한다는 것의 경계의 무의미성이 읽혀지기도 하고, 존재와 비존재의 극을 구분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끝없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대는 좁았지만 공간상에 의미는 공연 <파두>에서 커다란 우주처럼 보였다. 공간의 협소함이란 보는 이의 눈빛의 숫자에 불과했다. 대륙처럼, 벌판처럼 자유로운 움직임과 강한 압박처럼 축약된 몸짓은 광활한 우주를 질주하는 것처럼 속도감 있고 힘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죽였다. 살렸다. 관객은 그 반복하는 생사의 간극을 좁히려고 멍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그 우주라는 공간 속에 자신을 투입시키려고도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필자의 경우는 그 찰나적인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다. 몇 개의 막간처럼 달라지는 음악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 순간의 전율 속에 산화하듯 그 모체 안에서 헤엄을 멈추지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잠들었던지, 소리를 질렀던지. 상쾌, 통쾌, 유쾌의 질감과 막힘과 벽을 느끼지만 그 벽이나 막힘이 소통을 막지는 않았다. 그것은 무용수의 눈가에 젖은 눈물처럼, 혹은 근육질의 무용수에 운동에너지의 발산된 땀방울의 흔적을 찾아가면서 어느새 우리는 생멸의 공간적 합일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모든 다른 것들. 모든 막힌 것들. 모든 닫힌 것들. 세상의 처음과 끝이 닮아서 하나로 보이는 순간, 그 순간에 생성도 소멸도 하나란 사실 앞에서 숙연하게 이번 공연에서의 부드러움, 그러나 맥없음이 아닌, 격렬하면서 조용하고, 조용하면서 힘이 넘치는 우리가 가야할 아니 어쩌면 지나온 그런 우주적 범례의 전형적인 인간으로서의 길가기의 과제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지.
 
거침을 다독이고 진정은 왜곡하지 않으며 순수란 말조차 순수하지 못하게 쓰이는 것을 막는 그 길이 "사람에게 바람은, 땅은, 수풀은, 시절은, 어머니다." 라는 화두에 충실한 세상의 길이리라! / 시인, 편집위원
 
고대 역사서인 부도지(符都誌)를 근간으로 한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 세계관은 지극히 동양적이며 범 우주적인 거대한 세계관이며 아름다운 세계관이다. 이것을 독특한 시,청각적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가 경험했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심미안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예술 장르를 망라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서정성에 다가가려 한 작품이다.
 
퍼포먼스극 '강(The River)'은 은유적, 고도의 상징성, 육체의 이미지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이 한 순간의 꿈임을 표현한다. 행위자들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감수성을 '내 안의 풍경'으로 그려나가는 영화 영상과도 같이 펼쳐지는 이미지 퍼포먼스이다.

동양화와도 같은 수묵의 스케치들이 무대 사방의 안과 밖에서 펼쳐지고, 사물들의 상징적 은유, 멀티미디어 영상, 춤, 신체 이미지 등을 통한 다양한 기법으로 다중적 공간활용과 여백의 미를 만들어낸다.
 
퍼포먼스극 '강(The River)'은 변하는 현대 예술의 흐름속에서 새로운 무대 기법의 도입으로 무대 예술의 미적    범주의 확장을 시도함으로써 실험예술의 발전적 토대가 될 것이다. 
 
'강(The River)' 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사랑, 기도, 축복과 같은 하나 된 인간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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