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교포시인들(1) 김이자 시인
우리 민족의 역사적 상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재일교포들이 있다. 거기에서도 여전히 우리 민족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오늘부터 몇몇 시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세편이 연속 게시되어 있는 데 이 시를 쓴 사람은 재일교포 시인이다. 일본에 살면서 겪는 한민족의 애환을 작품에서 샅샅이 보여주고 있다. 이 애환을 함께 하며 우리가 갖는 일본에 대한 표피적이고 감상적이기까지한 감정을 접고 좀더 체게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일본을 인식하고 보다 더 분명한 입장을 갖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김이자 시인은 중견 시인으로서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그의 시편들을 살펴보자.
<그늘>이라는 시는 백향수라고 하는 실존 인물을 통해서 본 분단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재일교포 3세의 천재적 무용가이다. 일본에서 공연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TV에서도 방영되었다. 그런 그가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방해가 되는 면들을 가슴아파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가 문화, 예술, 스포츠 등등의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폐쇄성을 하루 빨리 극복하게 되기를 바란다. 아무튼 이 시는 재일 한국인 사회에서도 무겁게 짓눌린 남북분단의 문제를 노래하고 있다.
<공작은 날다>라는 시 또한 민족문제에 따른 슬픈 애환을 담고 있다. 재일교포 2세, 3세, 4세의 세대로 내려감에 따라 가장 어려운 문제는 한국어를 평소 사용하지 않게 되고 민족일체감이 희박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김이자는 한국 국적인 것을 인정하고 자기 시의 토대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 살 때의 갈등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시인 스스로가 인정하는 민족적 정체성의 또 다른모습을 아닐지,
<불의 향기>는 <다른 나라에서 살며 흥분한 마음을 태웠던 날>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생활할 때 차별이나 굴욕을 받을 때가 있고 분노의 불을 태우는 날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겪게 되는 분노와 일상적 고통의 서정을 마음에 감춘 격한 감정을 실감 있게 표현한 시이다.
그늘
김이자
폭염의 사막을 가는 나그네들은
돌탑이 만든 응달에
잠깐 동안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광야의 어디부터인지
노래소리가 들려 온다
제멋대로 나갈려고 하는 낙타들이
열로부터 비어져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채찍을 대신한 노랫소리였다.
누구라도
채찍보다 노래소리 쪽이 좋다
힘든 여행이면 여행일수록
여행지에서는
재일 한국인인 나도
일본인인 당신도
같은 외국인이라고 서로 웃으면서
당신은 일본의 여권을
나는 한국의 여권을
입국심사 창구에 제시한다.
나는 여권에 쓰여 있는 한국어를
한 자도 읽을 줄 모른다.
그래도
나의 여권임에 틀림없다.
담당자가 코리안인지를 물어서
잠시 대답할 수가 없었던 것을
응달에서 쉬면서 다시 생각하고 있으니
그늘은
내 마음까지 뻗치어 왔다
공작은 날다
끝나지 않은 전쟁을
휴전이라는 라인으로 핑계삼은 날
이 나라에 있던 그들은
모국에 돌아갈 일 없고
남의 나라에서
북과 남으로 나뉘어
각각의 세계를 쌓고 있다.
백향수는
재일 3세라는 옷을 걸치고
북의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머지않아
더욱 넓은 무대에서
발돋움해 나갈 20세의 무용가에게
당연한 것과 같이
북의 국적이라는 족쇄에 묶여
비상할 수 없다.
공작은 온 몸에 펼친
아름다운 장식 깃털을 지니고 있는 꽁지의 깃과 같이
민족의 자랑이
젊은 결심을 떠받치고 있다.
북이냐 남이냐를 가리기보다
공작은 뛰어나갈 하늘을 찾고 있다.
불의 향기
전차는 고가도로에 다다르면
언제나 속도를 줄인다
때로는 정지신호 때문에
잠시 정지할 때도 있다
높은 곳에서 본 평상시의 거리의 집들은
빠르게 많아져 가고
함석으로 둘러싸인 집적장에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할머니를 떠올려본다
그 곳만이 자기 영토라고 하는 것처럼
폐품이나 오래된 타이어 틈에 골판지를 펴서
몸을 따뜻하게 할 만큼의 힘도 없는 불에
손을 쬐고 있다
전차가 고가도로를 건너갔을 때
그 할머니를
어머니는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것은
밖에서 돌아온 어머니와 스쳐지나갈 때면
때로는 포근하고
때로는 난폭하다
불꽃 향기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나라에서 살며 흥분한 마음을 불태운 날의
나와 같은 향기였다.
태워도 태워도
다음날에는 쌓여 가
언젠가
그 속에 파묻쳐 버릴 것 같아
견딜 수 있는 만큼 견뎌서
살짝
불에 태우는 것이다.
김이자
1951년 일본 미에현 출생
1993년 시집『하얀 고무신』출판
1999년 시집『불의 향기』출판
시지(詩誌) 『돌의 시』,『화량』동인
중·일 시인회 회원
우리 민족의 역사적 상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재일교포들이 있다. 거기에서도 여전히 우리 민족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오늘부터 몇몇 시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세편이 연속 게시되어 있는 데 이 시를 쓴 사람은 재일교포 시인이다. 일본에 살면서 겪는 한민족의 애환을 작품에서 샅샅이 보여주고 있다. 이 애환을 함께 하며 우리가 갖는 일본에 대한 표피적이고 감상적이기까지한 감정을 접고 좀더 체게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일본을 인식하고 보다 더 분명한 입장을 갖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김이자 시인은 중견 시인으로서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그의 시편들을 살펴보자.
<그늘>이라는 시는 백향수라고 하는 실존 인물을 통해서 본 분단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재일교포 3세의 천재적 무용가이다. 일본에서 공연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TV에서도 방영되었다. 그런 그가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방해가 되는 면들을 가슴아파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가 문화, 예술, 스포츠 등등의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폐쇄성을 하루 빨리 극복하게 되기를 바란다. 아무튼 이 시는 재일 한국인 사회에서도 무겁게 짓눌린 남북분단의 문제를 노래하고 있다.
<공작은 날다>라는 시 또한 민족문제에 따른 슬픈 애환을 담고 있다. 재일교포 2세, 3세, 4세의 세대로 내려감에 따라 가장 어려운 문제는 한국어를 평소 사용하지 않게 되고 민족일체감이 희박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김이자는 한국 국적인 것을 인정하고 자기 시의 토대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 살 때의 갈등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시인 스스로가 인정하는 민족적 정체성의 또 다른모습을 아닐지,
<불의 향기>는 <다른 나라에서 살며 흥분한 마음을 태웠던 날>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생활할 때 차별이나 굴욕을 받을 때가 있고 분노의 불을 태우는 날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겪게 되는 분노와 일상적 고통의 서정을 마음에 감춘 격한 감정을 실감 있게 표현한 시이다.
그늘
김이자
폭염의 사막을 가는 나그네들은
돌탑이 만든 응달에
잠깐 동안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광야의 어디부터인지
노래소리가 들려 온다
제멋대로 나갈려고 하는 낙타들이
열로부터 비어져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채찍을 대신한 노랫소리였다.
누구라도
채찍보다 노래소리 쪽이 좋다
힘든 여행이면 여행일수록
여행지에서는
재일 한국인인 나도
일본인인 당신도
같은 외국인이라고 서로 웃으면서
당신은 일본의 여권을
나는 한국의 여권을
입국심사 창구에 제시한다.
나는 여권에 쓰여 있는 한국어를
한 자도 읽을 줄 모른다.
그래도
나의 여권임에 틀림없다.
담당자가 코리안인지를 물어서
잠시 대답할 수가 없었던 것을
응달에서 쉬면서 다시 생각하고 있으니
그늘은
내 마음까지 뻗치어 왔다
공작은 날다
끝나지 않은 전쟁을
휴전이라는 라인으로 핑계삼은 날
이 나라에 있던 그들은
모국에 돌아갈 일 없고
남의 나라에서
북과 남으로 나뉘어
각각의 세계를 쌓고 있다.
백향수는
재일 3세라는 옷을 걸치고
북의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머지않아
더욱 넓은 무대에서
발돋움해 나갈 20세의 무용가에게
당연한 것과 같이
북의 국적이라는 족쇄에 묶여
비상할 수 없다.
공작은 온 몸에 펼친
아름다운 장식 깃털을 지니고 있는 꽁지의 깃과 같이
민족의 자랑이
젊은 결심을 떠받치고 있다.
북이냐 남이냐를 가리기보다
공작은 뛰어나갈 하늘을 찾고 있다.
불의 향기
전차는 고가도로에 다다르면
언제나 속도를 줄인다
때로는 정지신호 때문에
잠시 정지할 때도 있다
높은 곳에서 본 평상시의 거리의 집들은
빠르게 많아져 가고
함석으로 둘러싸인 집적장에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할머니를 떠올려본다
그 곳만이 자기 영토라고 하는 것처럼
폐품이나 오래된 타이어 틈에 골판지를 펴서
몸을 따뜻하게 할 만큼의 힘도 없는 불에
손을 쬐고 있다
전차가 고가도로를 건너갔을 때
그 할머니를
어머니는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것은
밖에서 돌아온 어머니와 스쳐지나갈 때면
때로는 포근하고
때로는 난폭하다
불꽃 향기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나라에서 살며 흥분한 마음을 불태운 날의
나와 같은 향기였다.
태워도 태워도
다음날에는 쌓여 가
언젠가
그 속에 파묻쳐 버릴 것 같아
견딜 수 있는 만큼 견뎌서
살짝
불에 태우는 것이다.
김이자
1951년 일본 미에현 출생
1993년 시집『하얀 고무신』출판
1999년 시집『불의 향기』출판
시지(詩誌) 『돌의 시』,『화량』동인
중·일 시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