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교포 시인들(3) 한룡무 시인
한룡무 시인의 작품은 연변 땅에서 처음 대면하였다. 올봄에 남한에서는 <민족21>이라는 잡지가 창간되었다. 그래서 북한 작가들의 작품도 아울러 발표하고 민족문화의 통일을 꾀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걸로 알고 있다. 필자도 99년부터 <격월간 시와 혁명>을 통해 그런 시도를 꾀하면서 중국, 일본, 북한 등지의 작품과 작가들을 소개해왔는데 이미 늦은 것이었다.
늦은 것이다. 우리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가는 그런 잡지를 창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변에서는 이미 99년부터 우리 민족의 문화를 통일하겠다는 일념으로 창간된 <한마당>이라는 잡지가 있다. 어찌보면 명실상부한 한마당을 이루고 있는 그런 잡지로 손색이 없다고 할 것이다. 거기 한룡무 시인의 작품이 게재되어 있었다.
<한마당>에는 남한, 북한 그리고 미국 등지의 한민족 시인들과 소설가들이 작품을 싣고 연변의 한민족의 생활상들을 책 앞부분에 상술하는 방식의 편집을 보여주는 책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여기 한룡무 시인의 작품에서도 소재라든지 작품의 줄거리에서 빠지지 않는 한민족의 정체는 드러나고 있다. 소나무, 잔디, 춘향이 등등의 빠질 수 없는 우리 민족의 흔적 같은 것을 작품 곳곳에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곧은 절개를 강조하는 것 또한 우리가 내내 보여준 민족의 단일한 서정적 양식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저 넓은 벌판에서 만난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또 다른 결합으로 다가올 미래를 보는 것이리라.
소나무
한룡무
너는 왜 이처럼
푸르청청하느냐
엄동설한에도 굽힘이 없이
오히려 아지마다 마구 붙은 눈
때로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흩날려버리기도 하며
소나무야
너는 일년내내
한자리에 머물며
곧추 서있구나
봄에는 다른 꽃들과 함께
여름에는 우거진 수풀과 함께
가을에는 다른 나뭇잎이 떨어지는데도
변함없이 서있구나
소나무야
나도 너처럼
마음의 변함없이
한곬에
곧바로 서있구나
1999년 5월
서울의 처녀
뜻밖에 만난 아가씨
서울에서 온지 나흘째의 처녀
자그마한 몸집
키도 작고
갸름한 표정이 어여쁘기도 하구나
고국의 향기를 내뿜으며
나한테는 그저
옛 춘향이를 방불케 하는구나
그렇구나
춘향이면 수수하고 소박하고
근면하고
하건만 그의 눈빛
그것은 춘향과 다름없구나
그의 미소 그것은 그대로
우리 녀성들 면면히 이어온
고난속의 웃음과 똑같구나
나는 너 너는 나
하나의 민족 하나의 겨레
춘향이 춘향이 하는 사람 많아도
이 복잡한 땅에서
춘향처럼 지조를 지키는 사람은 적어
그러기에 서울에서 온 처녀는
절개를 춘향처럼 빛내여야 하리
아가씨와 나는 서로의 만남에
눈망울을 맞부딪치며
기약없는 래일을 생각하면서
말없이 헤여지는구나
부디 잘있기를 마음속에 외우며
잔디밭
잔디밭에 누워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아아, 떨어져나올 듯
빨리여 들어갈 듯
이게 무한이란것일가
1997년 9월 24일
한룡무 시인의 작품은 연변 땅에서 처음 대면하였다. 올봄에 남한에서는 <민족21>이라는 잡지가 창간되었다. 그래서 북한 작가들의 작품도 아울러 발표하고 민족문화의 통일을 꾀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걸로 알고 있다. 필자도 99년부터 <격월간 시와 혁명>을 통해 그런 시도를 꾀하면서 중국, 일본, 북한 등지의 작품과 작가들을 소개해왔는데 이미 늦은 것이었다.
늦은 것이다. 우리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가는 그런 잡지를 창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변에서는 이미 99년부터 우리 민족의 문화를 통일하겠다는 일념으로 창간된 <한마당>이라는 잡지가 있다. 어찌보면 명실상부한 한마당을 이루고 있는 그런 잡지로 손색이 없다고 할 것이다. 거기 한룡무 시인의 작품이 게재되어 있었다.
<한마당>에는 남한, 북한 그리고 미국 등지의 한민족 시인들과 소설가들이 작품을 싣고 연변의 한민족의 생활상들을 책 앞부분에 상술하는 방식의 편집을 보여주는 책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여기 한룡무 시인의 작품에서도 소재라든지 작품의 줄거리에서 빠지지 않는 한민족의 정체는 드러나고 있다. 소나무, 잔디, 춘향이 등등의 빠질 수 없는 우리 민족의 흔적 같은 것을 작품 곳곳에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곧은 절개를 강조하는 것 또한 우리가 내내 보여준 민족의 단일한 서정적 양식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저 넓은 벌판에서 만난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또 다른 결합으로 다가올 미래를 보는 것이리라.
소나무
한룡무
너는 왜 이처럼
푸르청청하느냐
엄동설한에도 굽힘이 없이
오히려 아지마다 마구 붙은 눈
때로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흩날려버리기도 하며
소나무야
너는 일년내내
한자리에 머물며
곧추 서있구나
봄에는 다른 꽃들과 함께
여름에는 우거진 수풀과 함께
가을에는 다른 나뭇잎이 떨어지는데도
변함없이 서있구나
소나무야
나도 너처럼
마음의 변함없이
한곬에
곧바로 서있구나
1999년 5월
서울의 처녀
뜻밖에 만난 아가씨
서울에서 온지 나흘째의 처녀
자그마한 몸집
키도 작고
갸름한 표정이 어여쁘기도 하구나
고국의 향기를 내뿜으며
나한테는 그저
옛 춘향이를 방불케 하는구나
그렇구나
춘향이면 수수하고 소박하고
근면하고
하건만 그의 눈빛
그것은 춘향과 다름없구나
그의 미소 그것은 그대로
우리 녀성들 면면히 이어온
고난속의 웃음과 똑같구나
나는 너 너는 나
하나의 민족 하나의 겨레
춘향이 춘향이 하는 사람 많아도
이 복잡한 땅에서
춘향처럼 지조를 지키는 사람은 적어
그러기에 서울에서 온 처녀는
절개를 춘향처럼 빛내여야 하리
아가씨와 나는 서로의 만남에
눈망울을 맞부딪치며
기약없는 래일을 생각하면서
말없이 헤여지는구나
부디 잘있기를 마음속에 외우며
잔디밭
잔디밭에 누워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아아, 떨어져나올 듯
빨리여 들어갈 듯
이게 무한이란것일가
1997년 9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