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같은 날들을 살다.

  • 김형효
  • 조회 7038
  • 2008.01.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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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다.
어제가 그제 같고 그제가 어제 같고
그리고 지금 나는 누구인가?
멍청한 분석들을 갖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분석하려는 사람 속에서
나는 나를 온전히 지키기 힘들다.
그래 그것이 내가 다른 사람을 분석하는 분석틀은 아닐까?
겁나게 무섭다.
그러나, 사람들이 싫어진다.
내가 징하게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만이 삶이라 믿고 사는 내게서
사람이 싫어진다는 것은
내가 살고 싶은 욕망을 잃어간다는 것이리라.
너는 너고 나는 나고
너는 잘났고 나는 잘났고
나는 너희보다 잘났다고 우김질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삶의 의욕이 없어진다.
그냥 살아도 살만한 사람들이 또 무얼 그리 작전계획을 수립하듯이
살아보겠다고 안달복달하는 꼴은 가히 꼴불견이라 아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난 말하지 않는 침묵을 고수한다.
그저 사소한 일들에 대한 다툼만 즐긴다.
그 사소한 것들에 대한 기대마저 무너진다면
도무지 살 힘도 없다.
개판인 세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입을 보면서 그가 개판이란 생각을 한다.
그래 개판이지.
요즘들어 참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미쳐 돌아가는 삶을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진다.
그들의 미쳐 돌아가는 삶이 비난 혹은 비판의 영역에서 벗어남은 물론,
그들을 위로하고 싶어진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데 그 안에 나나 그 안에 그들이 미쳤다고 뭘 나무랄 것인가?
미;친 세상의 종속물로 전락하는 인간 개개인들을 왜 비난할 것인가?
나는 그 안타까운 인간들을 위로하고 싶어진다.
아니 그 길이 내가 위로 받는 길일지도 모른다.
아! 안타까운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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